상주 인구 4000명'국회 마을' 이야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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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 20면

올해는 건국 60주년이자 국회 개원 60주년입니다. 국가도, 국회도 환갑을 맞은 셈입니다. 국회는 올해 ‘국민과 함께하는 민의의 전당’을 모토로 내걸고 새로운 60년을 힘차게 출발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국회도 이제 이순(耳順)의 나이에 걸맞게 국민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민 곁으로 한 발짝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국회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계신가요. 그저 의사당 꼭대기의 이끼 낀 녹색 돔만 떠올리지는 않으시나요. 의원 명패가 날아다니고 의원끼리 멱살잡이나 하는 정쟁의 장소로만 치부하고 계시지는 않은지요.

물론 그런 모습이 국회의 한 단면인 건 맞습니다. 대중의 뇌리 속에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겁니다. 여기도 엄연히 사람 사는 곳이니까요. 좋고 나쁨을 떠나 4000여 명의 상주 인원이 1년 365일 서로 부대끼며 지내는 생활 터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국회의 여러 모습이 존재합니다. 여의도 전체 면적의 12.5%에 달하는 광활한 공간에 미용실·세탁소·사우나·체력단련실에 침뜸방까지 들어서 있는 어엿한 ‘독립 마을’인 것입니다.

중앙SUNDAY가 그 내부를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국회도서관·헌정기념관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그 안에는 무슨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숨겨져 있는지 현미경으로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일반인들이 이들 시설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국회 100배 즐기기’ 노하우도 챙겨 봤습니다.

국회라는 조직은 누가 움직이고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알아봤습니다. 30년 넘게 국회에서 근무한 속기사 세 분과 20년 가까이 국회 변천사를 바로 곁에서 지켜봐 온 의원 보좌관의 입을 통해 국회의 어제와 오늘도 짚어 봤습니다. 일종의 ‘숨은 국회 찾기’인 셈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번 기회를 통해 국회를 좀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됐으면 싶습니다. 국회의 주인은 국민이라는데, 주인이 자기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몰라서야 되겠습니까. 모두의 무관심 속에 국회의원에게만 국회의 모든 것을 맡겨 놓을 수는 없지 않느냔 말입니다. 국회를 진정한 시민의 공간으로 가져오려는 작업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는 작은 첫걸음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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