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누가 누구를 때리는가-최근 언론사태와 관련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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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문판매 다툼으로 사람이 죽고 다친 불행한 사건에 대해 중앙일보는 유가족과 국민여러분께 거듭 사죄를 드린다.사건이후 경쟁지들이 무리를 지어 10여일이상 중앙일보를 공격하고 있지만 중앙일보는 일체 대응을 하지 않았다.
두가지 이유에서다.하나는 경위야 어떻든 사람이 죽은데 따른 도의적 책임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다른 하나는 공격하는 상대방의 논리나 방식이 우리가 보기에 언론정도(正道)를 크게 벗어나는 요소가 많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 진흙밭 싸움의 한 당사자가 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신문계의 문제가 오로지 재벌을 모기업으로 하는 중앙일보에만 있고 중앙일보는 있어서는 안될 존재인 것처럼 매도하는 악의에 찬 논리마저 나오는데는 언제까지 참아야 할지 솔직히 말해 곤혹스럽다.
우리는 앞으로도 상대방이 한다고 같은 행태를 보일 생각은 없다.그러나 신문의 소유형태만을 부각시켜 왜곡된 흑백논리로 비방하는데 대해서는 우리로서도 독자와 사회에 대해 최소한의 설명을할 필요를 느낀다.먼저 물어보자.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는 신문을 해도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논리가 과연 온당한가.소유형태가 다양한 각종 신문이 자유롭게 경쟁.존립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적 자본주의 사회의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지금 우리사회에서도 대기업이 소 유하는 신문,그 자체가 대기업인 신문,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신문,국민이 주주인 신문,정부의 영향력하에 있는 신문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어떤 신문을 선택하느냐는 독자의 권리다.특정신문이 자기 마음대로 어떤류의 신문은 괜찮고 어떤 신문 은 안된다고 결정할 권리는 없다.재벌소유 신문에 문제가 많다면 독자가 외면할 것이고,독자의 외면을 받는 신문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다른 신문이 나서서 너는 되고 너는 안 된다고 말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논리를 세우자면 오히려 소유형태에 따른 신문내용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옳다.
독자와 사회의 입장에서 볼때 재벌이 세운 신문사도 좋은 신문을 내면 좋은 것이요,개인이 주인인 신문사도 나쁜 신문을 내면나쁜 것이다.그동안 특정신문과 기업에 대한 과장.왜곡.비방기사들을 연일 쏟아내는 행태가 개인소유 신문이라고 해서 정당화된다고 할 수 있는가.
따져보면 지금 「재벌신문」은 안된다고 외치는 조선(朝鮮) 자신은 어떻게 태어난 신문이었던가.일제 식민치하에서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주창하던 친일어용지를 금광거부 방응모(方應謨)선생이인수해 중흥시킨 것이 조선일보 아닌가.
중앙일보가 창간된지도 벌써 31년이 됐다.30년간 경쟁지의 비난대로 중앙일보가 「재벌의 나팔수」노릇을 해왔다면 과연 오늘의 위치가 가능했을까.우리사회가 그렇게 어수룩하고 독자들이 어리석다고 말하려는 것인가.새삼 문제를 제기하는 것 도 우습지만굳이 「재벌신문」을 말한다면 또 중앙일보만인가.「중앙 죽이기」보도는 지난 2년여 중앙일보가 새로운 체제와 지면(紙面)의 개혁으로 눈부신 성장을 보인데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억지논리로 이미지에 흠집을 내보자는 저의가 아니 라고 할 수 있을까.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사를 꺾자는 오만한 패권주의이자 자사이기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칼럼에서 삼성의 중앙일보 소유는 여론을 지배하고 궁극적으로는 정치권력까지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게 가당한 얘기라고 믿는가.
대기업의 정치개입에 대해 중앙일보가 어떤 논지(論旨)를 펴 왔으며 삼성이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는 아마 조선일보가 가장 잘알고 있을 것이다.현실성도,근거도 없는 얘기로 다른 신문을 함부로 욕해서는 곤란하다.
***.밤의 대통령'이란 자만 오히려 신문을 등에 업고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애쓰는 쪽이 누구인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자기네 사주(社主)를 「밤의 대통령」이라고 떠받드는 말이 어느 신문사에서 나왔는가.
어떤 신문이건 언론의 영향력을 통해 이권개입.권력행사.부패행위등을 저지른다면 비판과 개혁의 대상이다.이런 언론의 비리.일탈(逸脫)을 감시.견제하기 위해서도 언론 상호간의 건전한 경쟁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중앙일보는 이제부터 그런 역할을 하는데있어서도 결코 국민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앞서도 말한 것처럼 독자의 것인 신성한 지면을 언론사끼리의 싸움에 오용해 더럽힐 생각은 없다.명백히 사실이 아닌 것까지 사실인 것처럼 왜곡하고,이미 여러차례 보도돼 뉴스일 수도 없는 것을 재탕.삼탕하는 그런 방식이 언론정도 가 아니라고믿기에 우리는 자제하고 있다.
대신 신문의 내용과 질(質)로 건전한 경쟁을 선도해나갈 것이다.이를 통해 한국신문과 언론문화를 세계일류의 수준까지 높이는것이 중앙일보의 지향하는 목표이고 창간정신임을 다시한번 밝힌다.
문병호 본사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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