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 탈북자들 재혼 길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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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탈북자 윤모(38.여)씨는 지난해 10월 "북한에 두고 온 남편과 이혼시켜 달라"며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청구 소송을 냈다.

남한에서 만난 남성(42)과의 사이에 딸까지 낳았지만 북한에 있는 남편과 이혼이 안 된 상태여서 재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법(제810조)은 이중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윤씨가 낸 소송은 반년이 지나도록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남편에게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북한에 배우자를 두고 온 탈북자들의 이혼이 이르면 내년부터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통일부는 26일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새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북한의 배우자와 이혼을 가능토록 하는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 통과되면 내년 초 시행할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국내에서 호적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나면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또 북한에 있는 배우자에게 소송서류를 전달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공시송달(公示送達) 후 2개월이 지나면 상대방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이를 법원이 보관하고 그 내용을 법원게시판 등에 알리는 것이다. 소송을 낼 때는 '배우자가 현재 북한에 머무르고 있지만 소재를 알 수 없다'는 내용의 통일부 장관 명의의 서면을 함께 제출토록 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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