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호 ‘나도 2000안타 클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11일 롯데전에서 2000안타를 넘어선 히어로즈 전준호(右)가 7회 2사 1, 2루에서 송지만의 안타 때 홈까지 파고들다 아웃되고 있다. 롯데 포수는 강민호. [부산=뉴시스]


‘톱타자의 살아 있는 전설’ 전준호(39·히어로즈)가 대망의 2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전준호는 이날 롯데와의 부산 원정경기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선발 손민한을 상대로 깨끗한 좌전안타를 뽑아내며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후 세 차례 타석에서도 안타를 때려내 5타수 4안타를 기록한 전준호는 “사직구장에서 선수 생활 중 가장 의미 있는 선물을 받게 됐다. 1루를 밟자 모든 사람이 기립 박수를 치더라. 가슴이 뭉클했다. 지금까지 내 경기를 지켜봐 준 팬들과 사랑하는 가족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1년 4월 5일 대구 삼성전에서 프로 데뷔 첫 안타(3안타)를 기록한 뒤 18시즌, 2052경기, 6370일 만의 일이다. 93년 데뷔한 양준혁이 지난해 15시즌 만에 2000안타를 넘어선 것보다 3시즌이 더 걸렸지만 그 속에는 피와 땀이 담겨 있다.

◆전준호는 누구=마산고-영남대를 졸업하고 91년 롯데에 입단한 전준호는 현대(97~2007년)를 거쳐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지금까지 정상급 톱타자 반열에서 밀려난 적이 거의 없다. 2005년 타율 2할6푼6리로 잠시 굴곡은 있었지만 조카뻘 되는 젊은 후배들과 경쟁해 금세 제자리를 찾았다. 올해도 현대가 히어로즈로 바뀌는 과정에서 연봉(2억5000만원→7000만원)이 대폭 깎이는 ‘찬밥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3할을 크게 웃도는 시즌 타율(0.331)로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현대 시절 10년 동안 그를 지켜본 김재박 LG 감독은 “전준호는 타격·수비·주루 등 모든 면에서 여전히 경쟁력 강한 톱타자”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에 번트 안타를 사실상 처음 도입한 전준호는 사상 첫 2000경기 출장 및 500도루의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0안타의 의미= 2005년 이후 매년 은퇴 기로에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숫자다. 전준호는 “2005 시즌 뒤 소속팀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성적도 좋지 않아 은근히 은퇴 눈치를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2006년에는 전지훈련 연습경기뿐 아니라 시즌 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런 전준호에게 힘을 실어준 이가 바로 당시 감독이었던 김시진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감독관이다. 김 감독관은 “후배들과 똑같이 경쟁할 기회를 달라”는 요청에 공평한 기회를 줬고, 전준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준호는 “김시진 감독이 2000안타의 최고 은인이다. 그분이 없었다면 벌써 은퇴했을지도 모른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2000 도우미=베테랑 멤버인 한화 송진우와 삼성 양준혁도 2000안타에 힘을 실어준 도우미들이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 힘을 실어줬다. 특히 올 시즌 전 ‘2000클럽’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2000안타를 달성하자고 누누이 말을 건넸다. “그들은 벌써 2000탈삼진(송진우)과 2000안타(양준혁)를 달성했기에 부담이 더했다”며 “2000클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지만 후배들을 위해 선배 역할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 받기만 했다면 앞으로는 후배들에게 베푸는 모습을 보이는 선배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허진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