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예선 결승, 2승9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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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예선 결승>
○·홍성지 6단(한국) ●·구링이 5단(중국)

제11보(160~194)=162 무렵에 이 판은 눈 터지는 반 집 승부가 틀림없었지만 응원하는 한국 기사들조차 백의 승리를 믿지는 않았다. 아직 뭔가 부족했다. 죽어라고 쫓아갔으나 반집으로 지고 마는 그런 바둑이 아닌가 불안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홍성지 6단은 계속 분위기를 타고 있었다. 중앙에서 흑집이 불어나는 듯했으나 184의 호착을 찾아내 188까지 조여 붙였고, 좌변 흑 대마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자연스럽게 194를 얻어냈다. 엉성하던 중앙이 조금씩 백집으로 변해갔다. 끈기 있게, 정확하게,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홍성지는 마무리해 나갔다. 단지 ‘재주 좋은 바둑’으로 인식되어온 홍성지가 이날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세돌 9단을 꺾고 물가정보배 우승을 차지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 판은 무려 277수까지 진행된 끝에 백이 1집 반 승을 거둔다.

구링이 5단의 종반도 거의 빈틈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초반 정석에서 크게 유리했던 바둑을 이 지경까지 만든 자책감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어두웠다.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실수로 연결되었고, 흑의 우세는 모래알처럼 조금씩 사라져갔다.

이렇게 예선 결승전이 모두 끝난 것은 8월 2일. 예선 결승에서 한·중 대결은 모두 11판이었는데 한국은 홍성지·윤준상만 이겼을 뿐 2대 9로 참패했다. 루이나이웨이 9단을 중국에 포함시킨 통계지만 중국의 강세는 전에 없이 맹렬했다. 바둑에서의 한·중 대결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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