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訪韓 오버도퍼 前WP紙 대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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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8년 외길인생 언론인.
워싱턴 포스트지의 돈 오버도퍼전(前)대기자-지금도 그가 쓰는기사나 칼럼은 외교가의 필독물이다.오버도퍼기자가 최근 집필중인한국관련 서적의 최종 자료수집을 위해 22일 서울을 방문했다.
그는 도착한 다음날인 일요일(23일)점심시간 남대문시장의 한허름한 김치찌개집을 찾아 빈대떡.감자탕.소주등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주인아주머니와 소줏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정담을 나누었다.이 집은 그가 한국에 오면 혼자 즐겨찾는 1 0여년 단골집으로 서로 가족 안부를 묻고 지낼 정도로 가까운 사이.그래서 인근 상인들이 이집에 붙여준 별명은 「양키김치찌개집」.
지난달 65세를 맞은 그는 미국 조지아주 출생으로 52년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뒤 포병장교로 한국전에 참여했다.
8개월간 복무후 노스캐롤라이나주 샤롯스빌에서 평범한 신문기자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그후 잡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나이트 뉴스페이퍼 워싱턴주재기자를 거쳐 68년 워싱턴포스트에 스카우트됐다.워싱턴포스트의 백악관출입기자.도쿄(東京) 지국장.외교전문기자등으로 활약한 그는 93년 은퇴후에는 존스홉킨스대 국제문제연구소 상임언론인학자로 재직중이다.오버도퍼는 이승만(李承晩)전대통령만 빼고 한국의 역대대통령 모두를 인터뷰한 언론인이다. 『유신선포나 한국의 인권유린등에 대해 강한 비판의식을 가졌던 저는 중앙정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었습니다.그러나 요주의인물임에도 불구,박정희(朴正熙)대통령은 나를 청와대로 불러 그와 1시간여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었습니다.불같 은 그의 성격에 쉽지 않았을텐데….』朴전대통령과의 첫만남에 대한 그의 기억이다. 80년7월 국보위위원장 시절 처음 만났던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에 대해서는 「굉장히 직선적이고 솔직하다」는 인상을받았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심만큼은 끝까지 감추고 그런 질문에는 요리조리 대답을 피했었다」는 기억을 갖고 있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수경사(현수방사)사령관 시절 처음 만나 5시간동안 얘기를 나눈 뒤 그날 저녁 집으로 초대받아 또얘기를 나누었는데도 「다음날 또 만나자」고 해 놀랐던 기억을 떠올렸다.
오버도퍼가 대기자의 길을 걷기까지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워싱턴 포스트에서 오랜세월 같이 근무했고 절친한 사이인 그의 한동료는 그가 워싱턴 포스트지로 오게된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의 신화적인 편집국장 밴 브래들리는 사주에게 자신이 다른 신문의 지면을 통해 눈여겨 보아왔던 10여명의 타사(지방지포함)기자들을 스카우트해올 수 있는 권한을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그렇게 해서 오게된 일단의 기자들이이른바 「브래들리 학파」「브래들리 그룹」「브래들리의 아이들」입니다.오버도퍼도 그중 한사람입니다.』 오버도퍼기자는 회사로부터수차례 부장.국장승진을 권유받았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일단 부서장을 맡게되면 부원들의 고충이나 가족문제등 모든 일에 카운슬러가 돼야 하는 등 행정쪽에 많은 시간을 빼앗겨 기자로서의 일을 박탈당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회사의 배려가 컸어요.승진을 마다하는 저에게 은밀하게 부장이나 국장보다 더 많은 봉급을줘 생활에 대한 걱정을 하지않아도 되도록 배려해줬으니까요.』 그의 생애에 있어 세번째 책인 한국관계 책은 「남북한 현대투쟁사와 이에 얽힌 미국의 외교비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내년봄이나 가을께 완성본이 탈고될 예정.한국어판 판권은 중앙일보사가갖고 있다.
『총 9장중에서 7장의 집필이 끝난 상태며 연말까지 북한체제전복등 돌발적인 상황이 없는 한 집필이 끝날 예정입니다.』 일흔을 바라보는 그는 이 책을 쓰는 이유를 크게 세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이 세상에서 본인이 잘알고 이해하고 있는 분야는 한국문제이며 세상사람들이 이를 공유할 수 있게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고,둘째는 미국에 영문으로된 일본.중국서적은 많으나 한국관계는 전무해 훌륭한 자료로 남겨놓겠다는 일종의 사명 의식이다. 그리고 책이란 것은 자기가 가장 관심있는 부분을 쓸 때 제일 정확하고 잘 써지는 것이니 만큼 가장 관심이 많은 한국을 정확하게 기록하겠다는 「본인과의 약속」이 마지막 이유다.
신중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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