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타계 재즈가수 엘라 피츠제럴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지난주 당뇨 합병증으로 78세에 타계한 재즈 여가수 엘라 피츠제럴드는 전성기때 「유리잔을 깨는 가수」로 알려졌었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면 가만히 놓아둔 유리잔이 저절로 깨질 만큼 성량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팬들은 모두 사실로 믿었고 70년대 미국 모 전자업체의 CF엔 녹음기에서 재생된 피츠제럴드의 노래가 울려나오자 옆에 있던 유리잔이 깨지는 장면이 있었다.
피츠제럴드의 노래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은단지 탁월한 성량이나 기교 때문만은 아니었다.
30~40대에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짙은 애수를 동반한 것이었고 또 기품이 넘쳐흘렀다.
그녀가 「노래의 퍼스트 레이디」라는 찬사를 받아왔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가령 『미스티』(에럴 가너 작곡)는 수많은 재즈가수들이 리바이벌한 고전이지만 피츠제럴드의 노래에 필적할만한 것은 아직까지 없었다(지난해 이소라의 히 트곡 『고백』(김현철 작곡)은 피츠제럴드가 부른 『미스티』의 모작(模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츠제럴드의 또다른 매력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스캣 창법에있다.스캣은 『다디다다』『두비두비』등 무의미한 혀놀림으로 악기소리를 흉내내는 것으로 루이 암스트롱에서 비롯됐다.
피츠제럴드는 암스트롱과 함께 모두 3장의 공동음반을 녹음했는데 이 과정에서 암스트롱의 영향을 받아 스캣 창법을 확립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우 하이 더 문』과 같은 곡에서 쉴새없이 혀를 놀리는 그녀의 현란한 스캣은 특히 실황음반들에서 참맛을 느낄 수 있는데공연때마다 목소리와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1918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나 고아로 자란 피츠제럴드는 34년 열여섯 나이에 당시까지 재즈의 본산이었던 뉴욕 할렘의 아폴로극장에서 열린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50여년간 열두번의 그래미상 수상 경력이 증명하듯 재즈보컬의 여왕으로 군림해 왔다.80년대까지 왕성하게 활동한 그녀는 93년 당뇨 합병증으로 두 다리의 무릎이하 부분을 절단하는등 병마에 시달리다 지난 16일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스의 자택에서 숨졌다.
지난해 내한공연을 가졌던 베이스 연주자 레이 브라운(48년 결혼,52년 이혼)과의 사이에 아들 한명이 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