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자출족 “회사에 샤워시설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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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자출(자전거 출근)족 손병호(33·농협중앙회 사내방송 PD)씨는 몸에 달라붙는 사이클 복장으로 출퇴근한다. 가방에는 근무 중 입을 정장을 싸들고 간다. 손씨는 회사 체력단련실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일을 시작한다. 그는 “이런 시설이 없어 땀냄새를 풍기면서 일해야 한다면 자출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수(37·회사원)씨는 회사에 샤워장이 없어 자전거 출근 뒤 세수만 하고 바로 일하는 경우다. 사무실에 항상 여분의 셔츠를 두지만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는 자출을 일시 중단한다. 향수나 탈취제를 써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회사에 샤워실이 생기면 동호회를 만들어 자출 보급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통근·통학 등에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하려면 자전거도로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이 당연히 필요하다. 여기에 샤워장과 탈의실 등 생활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는 게 자출족의 지적이다.

샤워시설을 자전거 이용 확대의 핵심 열쇠로 보고 투자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백남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시는 자전거도로와 250곳의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하면서 주요 지역에 공공 샤워시설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호주 동남부 빅토리아주는 2004년부터 1000㎡ 이상의 모든 업무용·상업용·다목적 건물에 자전거 보관소와 샤워·탈의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호주 서부 퍼스의 커틴대학은 학교 전역에 자전거 보관소와 함께 샤워시설을 갖추고 이를 학교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다. 자전거로 통근·통학을 한 뒤 깔끔하게 일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도 지난달 교통량 감축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샤워시설 설치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기업체가 자출족 직원을 위해 자전거 보관소나 샤워시설·사물함·정비공구 등을 제공하면 설치비용 범위 내에서 교통 유발 부담금을 최고 30%까지 깎아주기로 했다. 자출족을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다. 자전거 이용이 늘어나도록 사회적 바탕을 깔아주는 것이야 말로 가장 확실한 21세기형 교통 투자다.

◆특별취재팀
팀장= 채인택 인물·독자부문 에디터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파리=전진배 특파원
김상진·양성철·성시윤·김진희 기자, 조은영·설은영·최경애·장치선
워크홀릭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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