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제2회 국제영어글쓰기대회 대상 수상자 입상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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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어글쓰기대회 대상 수상자들이 자신이 읽었던 책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정재원, 유재갑, 오민영 학생. [사진=오상민 기자]

고등부 정재원양
후배 글 고치며 에세이 실력 키워

‘짜임새 있는 구성, 탄탄한 근거와 사례 제시, 알기 쉬운 문장 표현’. 중앙일보와 연세대가 공동 주최한 제2회 국제영어글쓰기대회(IEWC) 대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입상 비결이다. 7월 20일 연세대에서 열린 본선에서 국내 1부문 대상을 받은 정재원(민족사관고 2)·오민영(이화여대사범대부속중 2)양과 유재갑(서울월촌초 6)군에게서 영어 글쓰기 비법을 들었다.

정재원양은 신문·토론 동아리에서 영작 실력을 쌓았다. 정양은 학교 영어신문 편집장으로 사설을 쓰고 후배 기자의 기사를 교정해 준다. “글의 오류를 다듬으며 자신의 글을 퇴고하는 거울로 삼아 논리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정양은 “독자 입장에 서 보니 어떻게 해야 글을 읽고 싶게 만드는지 알게 됐다”며 “부족했던 근거와 대안을 보완해 사설에 응용하며 글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정양은 “탄탄한 주장을 갖춰야 좋은 글”이라며 ‘6개 문단 작문법’을 소개했다. 이번 대회 본선 주제는 ‘안락사 찬반’이었다.

첫 문단에는 찬성 입장과 핵심 주장을 밝히고 상황을 제시하면서 ‘당신의 어머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유도 질문으로 에세이를 시작했다.

둘째·셋째·넷째 문단엔 환자의 인격 보호·삶의 선택권 존중·가족의 고통 등에 대한 근거와 사례를 들며 주장을 펼쳤다.

다섯째 문단엔 안락사 제도를 허용하지 않으면 자살이 늘 수 있다고 썼다. 반대 주장도 옳지만 자신의 찬성 주장이 왜 더 중요한지 입증한 것. 마지막엔 주장을 하나로 정리하고 결론을 냈다.

정양은 “토론 동아리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많은 이슈를 토론하다 보니 주제별로 어떤 내용과 주장을 펼칠지 줄거리가 습관처럼 머리에 짜여졌다”는 것이다.

정양은 “화려한 문구나 뜻·철자가 모호한 단어, 불필요한 수식 문장을 쓰지 않은 게 대상을 받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오민영양은 1회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다가 이번에 중등부 대상을 받았다. 비결은 ‘마인드 맵’. 상상 속에서 주제에 맞는 인물·배경·상황을 정하고 사건과 생각의 조각을 연결하는 훈련이다.

예를 들어 주제가 ‘고난 극복’이면, 인물을 헬렌 켈러로 정하고 고난을 이겨낸 사례를 열거한 뒤 생각을 종합·정리해 글의 지도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것이다. 오양은 “내용을 글로 옮기기 전 마음에서 문맥과 논리를 점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양은 마인드 맵의 주요 요소로 명확한 근거 제시를 꼽았다. “설득력을 높이려면 근거와 사례를 논리적으로 드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평소 근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책을 많이 읽었다. 중등부 본선 주제는 ‘TV와 인터넷의 부작용’이었다. 3D 가상공간 온라인 게임인 ‘세컨드 라이프’에 대한 글을 읽은 경험을 살려 자신의 주장과 사례에 응용했다.

오양은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등 철학·영화·신문·잡지에서 다루는 주제에 대해 관련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아 스크랩한 뒤 글쓰기를 반복했다”며 “어렵고 화려한 문장보다 알기 쉬운 표현을 쓴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재갑군은 논리력이 강점이다. 초등부 본선에선 ‘10살 이하 어린이에게 선거권을 주는데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히라’는 주제가 주어졌다. 유군은 반대 입장을 펼쳤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투표다. 투표는 국민의 뜻을 나타내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장치다. 따라서 국민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초등생은 판단력이 성숙되지 않았다. 홍보물이나 뇌물에 흔들려 느낌만으로 투표할 우려가 크다. 이는 민주주의의 참뜻을 해치게 된다’.

유군은 반대 이유를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평소 좋아하는 수학·과학책을 읽으며 글쓰기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선거권을 분명하게 이해한 것도 도움이 됐다.

유군은 “선거권의 의미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다면 주장을 펼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3학년 때부터 꾸준히 영어신문을 읽어 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유군은 “뉴스는 함축적이면서도 논리적인 글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히 경제기사에서 사회현상과 상식을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국제영어글쓰기대회(IEWC)는?

영어 교육이 듣기와 독해 위주에서 말하기, 쓰기 등 표현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경향에 맞춰 마련된 영어 글쓰기 능력 평가 시험.

제2회 대회는 전국 20개 고사장과 미국·캐나다 7개 지역에서 5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뤄졌다. 예선에서는 제시문 요약하기와 단문 에세이 쓰기, 본선에선 주제별 에세이 쓰기가 과제로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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