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귀국한 서희부대 공병대장 최재승 중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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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라크 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였습니다."

이라크 나시리야에서 전후 복구 활동을 하다 22일 귀국한 서희부대 2진 최재승(崔在昇.45) 중령은 "현지인이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시설 복구나 단순 지원이 아니라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직업이었다"고 밝혔다. 서희부대의 야전공병 대대장으로 6개월간 지역 주민과 접촉했던 그는 "한국군에 대한 주민의 태도는 매우 호의적이었다"고 말했다.

서희부대와 의료부대인 제마부대가 나시리야에서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지원 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나시리야에서 주민을 직접 치료했던 외국군은 제마부대 뿐이다. 서희부대 역시 이탈리아.포르투갈군 등 다른 다국적군과는 달리 건물 복구.도로 보수 등과 같은 대민(對民) 지원 활동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함께 주둔하던 이탈리아군이 저항세력의 자폭 테러 공격을 받으면서 이 같은 대민 지원 활동은 대폭 줄어들었다.

서희부대의 재건 지원 활동은 고아원 방문, 장학금 전달, 지역 종교지도자 접촉 등으로 최소화됐다. 崔중령은 서희부대가 세웠던 서희기술학교가 계속 운영되지 못했던 것을 가장 아쉬워했다. 서희기술학교는 서희부대 1진이 운영했던 '사랑의 기술학교'를 확대해 나시리야의 디카르기술대학 내에 마련한 직업학교로, 이라크인에게 용접.벽돌쌓기.자동차 정비 등을 가르쳐줬다.

이 학교 수료증을 받으면 다국적군이 발주하는 각종 공사에 취업을 알선해 준다는 계획도 세웠다. 崔중령은 "이 때문에 지역 지도자와 주민은 학교에 크게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탈리아군에 대한 자폭 테러로 기술학교 프로그램은 중단됐다. 그는 "한국군의 파병지 변경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지도자들은 '왜 떠나느냐'며 아쉬움을 표했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점호 때 부대원과 함께 애국가를 부르고, 아랍어로 경계 구호를 외쳤던 그는 무사 귀환을 고대했던 가족과 25일간의 '달콤한 휴가'에 들어갔다.

글=채병건,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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