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후생활 정부책임 포기-복지예산 늘어 경제난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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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복지 국가」 영국이 종언을 고하고 있다.
집권 보수당은 지난 7일 국가가 노후연금을 지급하는 현 제도를 포기하고 사(私)보험이 이를 대신토록 하는 새로운 연금정책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노동당 역시 정년퇴직자들의 생활보장을 위해연금 아닌 노후보험의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신(新)복지국가」원칙을 밝혔다.
양대 정당의 새로운 정책기조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기치아래 지난 50년간 지탱돼온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결정적으로 축소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의 「복지국가」 정책은 의료.교육.실업 및 노후생활 문제등을 국가에서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것이 기본 정신이었기 때문이다. 보수당의 새 정책은 노후연금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연금을 전액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인 재산상한선(현재는 1만파운드)을높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노인들이 재산을 보유하고 싶어도 연금을 전액 지급받는 재산상한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재산을 처분하는 실정에 착안,재산상한선을 올려주는 대신 연금보험에 가입토록 해 그만큼 연금보험이 국가연금을 대체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전국민에게 무상 의료서비스를 제공중인 영국의 「국가보건제도」(NHS)도 의료진및 시설 부족등의 문제로 인해 민간 분야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같은 변화는 물론 영국의 경제 문제에서 비롯됐다.
연간 9백억파운드(약 1백8조원)에 이르는 복지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고율의 세금 부과가 불가피하며 이는 경제활동 위축을 불러온다.이제 영국에서는 내년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사회보장제 축소가 진행될 것이 확실하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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