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해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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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02면

“안녕하세요?” “화평이네 집에 온 손님인가?” “네 맞아요. 어찌 아셨어요.” “빨간 벽돌집이 화평이네야. 거기서 나오는 거 봤지.” “뭐 하시는 거예요?” “물질하러 가려고.” “물질요? 할머니, 해녀세요?” “미역 따러 가야 돼. 동네 사람들 모일 시간이야. 다 같이 일하지. 여기 돌미역은 자연산이야. 사 가, 맛있어.” “힘들지 않으세요?” “뭐 힘들어. 몇 시간 물에 들어갔다 오면 하룻돈 받는데.” “근데 할머니 언제부터 물에 들어가셨어요?” “자식 품고부터. 사오십 년 돼 가나, 모르겠어.”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할머니의 손놀림은 바빠도 불쑥 끼어든 불청객의 말을 거침없이 받아냅니다. 불청객에게 눈길은 주지 않으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쉬운 일, 어려운 일 구분이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허리가 굽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평생을 밝게 살아 오신 할머니로 내 앞에 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해 주십니다. 고맙습니다.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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