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해외 미국기업들 현지화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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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해외로 진출한 미국기업들의 현지인 채용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고 있다.단순한 사무인력을 고용하는데서 벗어나 지원업무에서 고위관리직에 이르기까지 현지인 채용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골드먼 삭스의 한 간부는 『이젠 개별적인 시장에 얼마나밀착할 수 있는가가 승패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컨설팅회사인 양켈로비치 파트너스는 최근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하나 얻었다.미국의 2백50개 주요 다국적기업을 설문조사했더니절반에 가까운 회사가 생산부문 뿐만 아니라 지원업무까지 해외에두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표.그림참조〉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93년 미국 다국적기업의 직원수는 대량해고 등의 영향으로 82년보다 80만명(3.3%) 줄었다.그러나 해외지사의 고용인원은 오히려 20만명(4.7%)늘었다.오웬스 코닝은 오하이오 톨레 도 소재 본사 국제지원부서의인원을 최근 5명까지 줄였다.93년만 해도 50명에 달하던 큰부서였다.대신 여기서 맡던 해외 금융.사업지원.조달.인사기능을외국의 각 사업현장으로 돌렸다.IBM이나 리바이스같은 일부 거대 다국적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대로 골격을 갖춘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미국의 최대 컨설팅.회계법인인 아서 앤더슨은회계사업 국제부문 본부를 아예 파리에 두고 있다.시티코프의 5대 사업부문의 하나인 신흥시장 영업본부도 런던에 있다.이처럼 생 산라인 뿐만 아니라 스태프부문까지 현지화하는 추세는 본사 스태프의 고충을 던다는 면에서도 가속되고 있다.시차가 다양한 세계 곳곳의 지사와 긴밀히 접촉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다.담당직원이 애를 먹는 것도 그렇지만 미국과 낮밤이 다른 아시아의 경우 반나절씩 연락이 지체돼 분초를 다투는 비즈니스전쟁에서 업무효율에도 지장이 많다.싱가포르처럼 외국인기업에 직원복지 등 제반 지원기능을 갖추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나라도 있다.미국기업의 이러한 해외현지화가 미국인의 일자 리를 빼앗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그러나 원격지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컴퓨터 등 관련분야의 전문인력은 더 많이 필요해졌다.해외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연구개발.조사직종의 고용도 실제 늘고 있다.가장 큰 위안은 외국 의 다국적기업들이 역으로 미국내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상무부의 자료를 보면 88년 미국내 외국기업에 고용된 미국인은 전체의 4.2%였는데 93년 4.9%로 늘었다.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로버트 로렌스(국제경제)교수는 『선진국의 경우수출에 비해 해외직접진출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에 서 자국내 일자리가 외국으로 이전되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대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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