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할 때마다 가속도 … 펠프스 금메달 비결은 ‘돌핀 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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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펠프스(23·미국)는 1분42초96. 박태환(19)은 1분44초85. 금메달과 은메달을 갈라놓은 1.89초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수영 황제’ 펠프스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골인한 것은 ‘스타트’와 힘찬 ‘턴’ 동작 덕분이었다. 강한 하체와 허리가 뒷받침된 펠프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돌핀 킥(Dolphin Kick)’이 빛을 발했다. 돌핀 킥이란 수면 아래에서 돌고래처럼 양 발을 모은 뒤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여 전진하는 기술을 말한다.

◇스타트=‘탕’ 하는 출발신호와 함께 물에 뛰어드는 출발반응 속도는 박태환(183㎝)이 더 빨랐다. 체구가 작은 박태환이 0.67초 만에 물에 뛰어든 반면 펠프스(193㎝)는 0.73초 만에 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펠프스는 물속에서 잠영을 하면서 10m 이상을 전진했다. 이에 비해 박태환은 물속에서 7m가량 나아간 뒤 팔 스트로크를 하기 시작했다. 박태환이 팔로 세 차례 스트로크를 한 뒤에야 펠프스는 물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펠프스는 이후 강력한 파워 스위밍으로 1위로 뛰쳐나갔다. 초반부터 질주하는 펠프스를 따라잡을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박태환은 경기를 마친 뒤 “펠프스는 아예 안 보이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팔로 물을 젓는 동작을 말하는 스트로크 수는 박태환이 펠프스보다 훨씬 많았다. 취재팀이 두 선수의 스트로크를 분석한 결과 50m 지점까지 박태환은 31회, 펠프스는 26회로 나타났다. 특히 150m 지점을 지난 막바지에서는 박태환이 37회나 팔을 저은 반면 펠프스는 29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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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력의 돌핀 킥=50m 지점에서 턴 동작을 한 펠프스는 벽을 세게 찬 뒤 곧바로 물 밑으로 사라졌다. 약 1m 깊이까지 들어가 잠영으로 전진하더니 11m 지점에서 돌고래처럼 물 밖으로 솟아올랐다. 박태환을 포함한 다른 선수들이 70~80㎝ 깊이에서 돌핀 킥으로 7~8m 전진하는 것보다 3~4m나 더 먼 거리를 잠영으로 헤쳐 나간 셈이다. <그래픽 참조>

펠프스와 2위 그룹간의 차이는 턴 이후에 점점 벌어졌다. 턴을 할 때마다 가속이 붙었기 때문이다.

턴을 할 때 펠프스가 다른 선수보다 물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것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표면 가까이에서 턴을 하면 물과 수평으로 맞서게 돼 저항이 커진다. 이에 비해 펠프스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솟구쳐 오르는 동작을 하기 때문에 어깨와 가슴이 받는 저항이 작아진다는 분석이다.

펠프스의 돌핀 킥은 큰 키와 파워가 없으면 엄두도 못 내는 방법이다. 강한 허리와 하체 힘이 필수적이다. 펠프스는 파워를 키우기 위해 2005년부터 역도 레슨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 “키 컸으면”=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 펠프스와 맞대결을 해보니 턴을 잘해야 그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펠프스보다 키가 작기 때문에 그의 돌핀 킥을 따라하기보다는 나만의 턴 방법을 개발해야겠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또 “이렇게 건강하게 낳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지만 키가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석기 전 수영대표팀 감독은 “레이스 운영만을 놓고 보면 박태환은 펠프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다만 출발과 턴에서 밀린 만큼 기록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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