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황제’ 펠프스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골인한 것은 ‘스타트’와 힘찬 ‘턴’ 동작 덕분이었다. 강한 하체와 허리가 뒷받침된 펠프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돌핀 킥(Dolphin Kick)’이 빛을 발했다. 돌핀 킥이란 수면 아래에서 돌고래처럼 양 발을 모은 뒤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여 전진하는 기술을 말한다.
◇스타트=‘탕’ 하는 출발신호와 함께 물에 뛰어드는 출발반응 속도는 박태환(183㎝)이 더 빨랐다. 체구가 작은 박태환이 0.67초 만에 물에 뛰어든 반면 펠프스(193㎝)는 0.73초 만에 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펠프스는 물속에서 잠영을 하면서 10m 이상을 전진했다. 이에 비해 박태환은 물속에서 7m가량 나아간 뒤 팔 스트로크를 하기 시작했다. 박태환이 팔로 세 차례 스트로크를 한 뒤에야 펠프스는 물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펠프스는 이후 강력한 파워 스위밍으로 1위로 뛰쳐나갔다. 초반부터 질주하는 펠프스를 따라잡을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박태환은 경기를 마친 뒤 “펠프스는 아예 안 보이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팔로 물을 젓는 동작을 말하는 스트로크 수는 박태환이 펠프스보다 훨씬 많았다. 취재팀이 두 선수의 스트로크를 분석한 결과 50m 지점까지 박태환은 31회, 펠프스는 26회로 나타났다. 특히 150m 지점을 지난 막바지에서는 박태환이 37회나 팔을 저은 반면 펠프스는 29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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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력의 돌핀 킥=50m 지점에서 턴 동작을 한 펠프스는 벽을 세게 찬 뒤 곧바로 물 밑으로 사라졌다. 약 1m 깊이까지 들어가 잠영으로 전진하더니 11m 지점에서 돌고래처럼 물 밖으로 솟아올랐다. 박태환을 포함한 다른 선수들이 70~80㎝ 깊이에서 돌핀 킥으로 7~8m 전진하는 것보다 3~4m나 더 먼 거리를 잠영으로 헤쳐 나간 셈이다. <그래픽 참조>그래픽>
펠프스와 2위 그룹간의 차이는 턴 이후에 점점 벌어졌다. 턴을 할 때마다 가속이 붙었기 때문이다.
턴을 할 때 펠프스가 다른 선수보다 물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것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표면 가까이에서 턴을 하면 물과 수평으로 맞서게 돼 저항이 커진다. 이에 비해 펠프스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솟구쳐 오르는 동작을 하기 때문에 어깨와 가슴이 받는 저항이 작아진다는 분석이다.
펠프스의 돌핀 킥은 큰 키와 파워가 없으면 엄두도 못 내는 방법이다. 강한 허리와 하체 힘이 필수적이다. 펠프스는 파워를 키우기 위해 2005년부터 역도 레슨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 “키 컸으면”=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 펠프스와 맞대결을 해보니 턴을 잘해야 그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펠프스보다 키가 작기 때문에 그의 돌핀 킥을 따라하기보다는 나만의 턴 방법을 개발해야겠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또 “이렇게 건강하게 낳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지만 키가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석기 전 수영대표팀 감독은 “레이스 운영만을 놓고 보면 박태환은 펠프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다만 출발과 턴에서 밀린 만큼 기록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