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한 개 땄더니 ‘491억원짜리 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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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운 은메달’이 어떤 나라에선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최고의 메달’이 되기도 한다. 대회 중반으로 갈수록 예상 밖의 메달, 최초의 메달 등으로 열광하는 국가가 속출하고 있다.

인도의 아브히나브 빈드라(26)는 11일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에서 인도에 개인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하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인도는 그동안 올림픽 하키를 여덟 차례 제패했으나 개인종목 금메달은 하나도 없었다. 인도 방송은 빈드라가 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과 인도 국기가 제일 높이 올라가는 모습을 온종일 반복해 보여줬다.

포상금 지원 소식도 꼬리를 물었다. 그가 사는 펀자브주 등이 내놓기로 한 1000만 루피 등 그가 받을 포상금은 모두 2000만 루피(약 4억9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선사할 상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농산물 및 식품 가공 수출업으로 엄청난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아버지 아프지트 싱 빈드라는 “20억 루피(약 491억원)를 들여 아들의 이름을 딴 5성급 호텔을 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장관은 빈드라에게 평생 동반자 1인과 함께 무료로 기차 일등석에 탈 수 있는 ‘골드 패스’를 주겠다고 밝혔다.

아버지 빈드라는 아들의 훈련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경기 수준의 전자표적을 완벽하게 갖춘 개인 사격장을 마련해준 것은 물론 매년 훈련비로만 2억원 이상을 지원해 왔다.

베트남도 예상 외의 은메달에 신이 났다. 베트남은 축구 이외의 스포츠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10일 역도 남자 56㎏에서 호앙아인뚜언이 은메달을 따내면서 전국에 올림픽 열기가 퍼지고 있다. 베트남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태권도에서 한 개의 은메달을 딴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베트남은 이번 올림픽에 육상·수영·체조 등 9개 종목에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22명의 선수를 파견해 시드니 올림픽을 뛰어넘는 최고의 성적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태국 또한 대회 첫 금메달에 온 나라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10일 역도 여자 53kg에서 쁘라빠와디(24)가 합계 221㎏을 기록해 한국의 윤진희(213㎏)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쁘라빠와디는 나콘 사완주 시골마을인 농 프링 출신으로 아홉 살 때 바벨을 잡기 시작해 18세 때 세계 청소년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한 기대주였다. 태국 현지 언론은 “시골 처녀 세계 위에 서다” “시골 처녀 세계를 들다” 등의 제목으로 그녀를 대서특필했다. 태국은 역대 올림픽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땄다.

남미의 콜럼비아도 역도에서 귀한 메달을 하나 얻었다. 11일 남자 62kg의 디에고 사라자(26)가 은메달을 획득한 것. 사라자의 메달은 1972년 이후 콜럼비아의 통산 열 번째 메달이다. 그는 승리를 확정지은 후 “포상금으로는 어머니가 편안히 쉴 수 있는 집을 한 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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