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에 대한 통일원이 본 북한 손익계산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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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에 4자회담은 남는 장사다.』 북한의 입장에서 4자회담손익계산서를 만들어본 통일원 당국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북한이억지 주장만 잊는다면 4자회담은 북한에 경수로 못지않게 엄청난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4자회담을 수용할 경우 북한이 챙길수 있는 가장 큰 이득으로꼽히는 것은 실질적인 대미(對美)접근 가능이다.북한은 그동안 한국을 배제한채 워싱턴에 추파를 던져왔다.그러나 그같은 짝사랑의 결과로 북한이 얻은 것이라고는 북.미 직통전 화 개설과 유해협상등 몇차례의 실무접촉이 고작이다.단 한건의 고위급 회담도없었고, 단 한건의 미 기업 대북 직접투자도 이뤄진 게 없다.
미국 국내법상의 규제도 규제려니와 서울의 원체 강한 견제카드가효험을 발휘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북한이 4자회담을 수용할 경우 사정은 일순 달라진다.평양이 회담을 수용하는 순간부터 팽팽했던 남한의 대미 견제 고리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또 그같은변화는 북한의 실질적인 대미 접근으로 이어져 ▶외교적 고립탈피▶대북 경제제재 완화같은 긍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
남북간에도 긴장완화 무드를 타고 남북경협 확대와 식량지원등이이뤄질 것이다.또 이같은 외교.경제적 성과는 「미제(美帝)를 굴복시킨」 김정일(金正日)의 업적으로 평가돼 권력승계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물론 북한이 4자회담을 수용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없지는않다.남한과 함께 4자회담 테이블에 앉는 순간부터 그동안 고수해온 「남한=비당사자」원칙을 포기해야 한다.또 김정일이 이같은원칙 포기 결정을 내릴 경우 기존의 북.미 접 근 전략을 수정해야하는 것은 물론 군부의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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