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 글로벌 자동차 시장 <下> 친환경차 기술 선점이 살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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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현대자동차는 내년 7월 액화석유가스(LPG)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내놓는다. 1년에 3만㎞를 달린다고 할 때 유류비는 가솔린 엔진이 220만원 들지만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40% 수준인 80만~9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내부가 보이는 현대차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시된 모습. [중앙포토]

고유가 시대를 맞아 자동차업계에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체들에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 때가 그랬다.

당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작고 실용적인 일본 차들이 약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름 먹는 하마’인 미국 차에 길들여졌던 소비자들은 마침내 일본 차의 매력을 알게 됐다. 70년대 오일쇼크와 달리 ‘21세기 오일쇼크’에서는 하이브리드카, 수소연료전지 차량과 같은 고효율·친환경차 기술을 확보한 업체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아울러 업체들은 기존 연비 극대화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올해부터 2013년까지 매년 30%씩 증가하리라 내다봤다. 2015년이면 하이브리드카의 시장 규모가 1072만 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액화석유가스(LPG)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아반떼의 출시 시기를 당초 내년 10월에서 내년 7월로 앞당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차의 친환경차 기술은 일본·독일업체들에 비해 아직은 뒤져 있다. 하나대투증권 이상현 차장은 “미국 업체들이 소형차 라인을 본격 가동하기까지 2∼3년간은 한국 업체에 기회”라고 말했다. 과거 오일쇼크 당시 일본 차가 성공했듯이 소형차 인기의 여세를 몰아 차세대 자동차로 옮아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술력이 생존의 조건=도요타가 97년 10월 세계 최초로 내놓은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는 10년이 지난 올 4월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도요타는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8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두 개의 모터를 채용하는 ‘풀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다양한 특허를 보유해 경쟁업체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거대한 장벽을 쳐 놓고 있다. 혼다는 모터 한 개를 사용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해 소형차에 장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내년 7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아반떼를 출시한 다음 2010년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쏘나타를 내놓는다는 목표다. 유진투자증권 공정호 애널리스트는 “2010년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카 기술 수준은 도요타의 2006년 수준일 것”이라며 “모델별 생산 대수가 30만 대는 돼야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갈 길이 먼 수소연료전지 차량 분야에서도 일본이 강세다. 혼다는 지난달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차량인 FCX클래러티를 첫 리스 고객에게 인도했다. 수소 1㎏으로 116㎞를 주행할 수 있다.

도요타는 최근 한 번의 수소 충전으로 최대 830㎞를 달릴 수 있는 FCVV-adv를 개발했다. BMW는 연료전지 대신 수소를 연료로 쓰는 무공해차에 집중한다. 직접 수소를 엔진에 분사해 가솔린과 같은 출력을 내는 방식이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연료전지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액센추어코리아의 정주영 상무는 “자동차는 이제 기계가 아닌 전자제품이 돼 가고 있다”며 “산업체질 강화를 위해 전자 관련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고 고부가가치의 부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비가 좋거나, 값이 싸거나=하이브리드카와 같은 차세대 자동차 시장이 커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은 연비를 개선하는 데 업계의 연구개발력이 집중되고 있다. 주로 폴크스바겐과 푸조·르노 등 유럽 대중차 메이커들이 활발하다. 여기에 유럽환경기준이 강화돼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낮춰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부터 블루모션 라벨을 붙인 모델 9종을 시판할 계획이다. 블루모션은 폴크스바겐의 친환경 기술이다. 1400㏄ 3기통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 1L로 25.64㎞를 달릴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 주행에 99g으로, 도요타 프리우스(104g/㎞)보다 적다. 푸조의 308 하이브리드 HDi는 110마력의 1.6L 하이브리드 디젤 엔진과 22마력의 전자모터를 결합해 1L에 29.4㎞의 연비를 기록했다.

저가차 개발 경쟁에서는 인도의 타타가 치고 나갔다. 올해 초 200만원대 초저가차 ‘타타 나노’를 공개한 것이다. 624cc 배기량에, 1L 기름으로 20㎞를 달린다. 여기에 자극받은 닛산이 초저가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GM과 도요타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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