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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미 대통령이 해야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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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임기 말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 제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계승함으로써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백지화하는 한편 동북아의 냉전적 대립에도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패로 평가된다. 부시 집권 이후 북한이 플루토늄 보유를 다섯 배로 늘리고, 핵실험을 감행하고, 소규모 핵무기까지 보유했다. 부시 행정부는 뒤늦게 평양과 협상에 나섰다. 부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는 8년 전 부시 취임 당시보다 더 어려워졌다.

차기 미국 대통령의 과제는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 그리고 그 결과 동북아에 안정과 평화의 시대를 가져오는 것이다. 새 행정부는 부시 정부의 실수, 즉 클린턴 정부 당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성과를 배척하는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북한의 비핵화, 북·미 관계 개선, 그리고 냉전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첫째, 최근 6자회담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이뤄낸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 새 행정부는 북한에 더 큰 정치적·경제적 인센티브를 제안해야 한다. 새로운 인센티브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6자회담이 진전되면서 북한이 핵시설을 해체하고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려면 뭔가 유인이 더 필요하다.

둘째, 새 정부는 북한과 보다 고위급 회담을 시작해야 한다. 고위 관계자들이 만나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은 고위급 회담 자체가 북한에 대한 일종의 ‘외교적 보상’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지금부터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고위급 회담 제안은 그 자체로 상호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으며, 외교적 성공 가능성도 높여준다. 그리고 그런 대화를 지속함으로써 미국은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진력하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과시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회담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입지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셋째, 새 행정부는 50년 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의 양자회담에 나서야 한다. 부시는 회담을 하겠다고 말만 했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6자회담이 물론 더 중요하지만, 양자회담을 하게 되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 만일 양자회담이 성공한다면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 수도 있다.

넷째, 새 행정부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서울과 워싱턴이 공동 전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으로 납치문제에 매여 6자회담에서 소외되고 있는 일본을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해선 더 이상 의심 살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마약밀매 같은 불법행위를 하는데 미국이 눈감고 지나칠 수는 없다. 북한의 인권문제 같은 보다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이 대화에 나설 것이다.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물론 평양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문제들을 외교 현안에서 빠트려선 안 된다.

 미국의 새 행정부는 전임 정권이 몰랐던 문제를 깨달아야 한다.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나서는 것이 이런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부시 행정부가 고집했던 정권교체는 정답이 아니다. 2009년 1월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신임 대통령은 대내외적 도전과 부닥쳐야 한다. 누가 승리하든 동북아는 미국 대외정책에 결정적인 지역으로 남을 것이다. 북한 핵문제로 이 지역은 더 중요해졌다. 이런 위협에 대응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적극적이고 신중한 외교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조엘 S 위트 미 존스 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
정리=오병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