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송나라 프랑스에도 랩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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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샹송의 나라 프랑스에 랩 음악의 열풍이 거세다.
샹송이 연상되는 우아하고 달콤한 프랑스어의 이미지는 거칠고 과격한 랩송과는 일견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그러나 최근 2년동안 랩.힙합.레게등 흑인음악은 프랑스 음반시장을 휩쓸고 있고,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중가수는 MC 솔 라르와 IAM.NTM.메네리크등 흑인 래퍼들이다.솔라르는 『프로우즈 컴뱃』이란 앨범으로 지난해 1백만장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음반시장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 프랑스에서는 30만장이 팔릴때 플래티넘 디스크로 기록된다).지난달 1 2일 열린 프랑스의 그래미상 격인 빅투아 드 라 뮈지크상에서도 알리앙스 에트니크.메네리크등 신인 래퍼들이 상을 휩쓸었다.이들이 프랑스어로 부르는랩 음악은 영국.독일과 북유럽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프랑스어 랩이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많은 음악관계자들은 『노래가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진리를 인용하며 최근 20~30년간 프랑스가 겪어온 사회.문화적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경제적으로 프랑스사회는 빈부 격차에 따른계층분화가 심화돼 왔고 학자들은 이를 「2중 사회」라 부른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흑인들이 사르셀등 파리 교외지역에 집단 거주지를 형성하면서 랩이 번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랩스타 솔라르와 메네리크는 각각 세네갈.카메룬 출신이다.1세대 이주자의 자녀세대들이 랩 선풍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있는 것이다.랩이란 장르가 미국의 흑인 빈민가에서 생겨날 때와같은 양상이 90년대 중반의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다.프랑스 흑인들의 랩음악은 초 기엔 미국이나 자메이카 랩을 모방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프랑스의 문화적 전통과 결합돼 백인중심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소외감을 독특한 양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편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라디오방송의 쿼터제도 랩선풍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전통적으로 자국언어에 대한 자부심과 보호장벽이 높은 프랑스는 방송전파를 타는 노래의 40%는 반드시 프랑스어로 녹음된 노래여야 한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방송에서 래퍼들이 프랑스어로 읊조리는 노래의 방송빈도가 급격히 늘어났다.록등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가수들이 영어로 노래를 불러 반사적으로 랩가수들이 이익을 보고있는 것이다.2년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방송에서 랩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었다.
물론 방송관계자들이 『쿼터를 채우기 위해 랩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사회질서나 통념에 맞지 않는 과격한 가사의 랩은 방송을 규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랩음악의 전성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파리=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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