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움직이는사람들>4.대우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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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어느 그룹보다 자리가 잘 잡힌 대우의 책임경영체제는 이미 20년전 결정된 것이다.(비중있는 경영자중 김우중회장의)부인.
형제는 물론 없고(경영권이)2세에도 안갈 것이다.』대우그룹 윤영석(尹永錫.59)총괄회장이 올 1월24일 기자간담회 에서 밝힌 말이다.김우중(金宇中.60),이우복(李雨馥.60),이석희(李奭熙.64)회장 등과 함께 30여년간 손꼽히는 대우 창업동지로 일해온 그의 이같은 말은 대우를 움직이는 사람과 경영구도를이해하는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
대우는 오너의 친인척 경영자가 없어 「김우중회장 1인회사」라는 말과 함께「월급쟁이.전문경영자 천국」이란 얘기도 듣기 때문이다. 정작 金회장은 「1인회사」라는 지적에 『1년에 9개월이상 해외에 나와 있어도 회사가 잘 돌아간다』며 반 론을 편다.
그러나 재계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지구촌 시대에 지리적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해 2월 金회장은 스스로 「제2창업」을 표방한 가운데 회사별 회장제를 전면 도입하고 이들에게 부문별 회장을 맡겼다.자율경영 방침아래 기조실과 그룹운영위원회도 없앴다.당시 8명의 회장단과 8명의 주력사 사장 등 16명으로 구성됐 던 그룹운영위는 김우중회장을 좌장으로 하는 그룹의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기구였다.이같은 운영위를 지난해 2월 「회장단 간담회」로 바꿨다.회장단 간담회는 10명의 회장들이 참석하는 대우의 최상위 기구다.그러나 협의조정기구란 점에서 운영 위보다 위상이 다소 약화된 셈이다.
尹총괄회장 외에 허준(許浚.58),김성진(金聖鎭.65),서형석(徐亨錫.60),장영수(張永壽.61),배순훈(裵洵勳.57),김태구(金泰球.55),윤원석(尹元錫.56),박성규(朴成圭.58)회장이 그들.
모두 12명의 회장중 8명이 김우중회장의 동문인 경기고 출신인 점도 특징이다.金회장은 지난해말부터 「세계경영」을 내걸고 국내경영의 상당부분은 尹총괄회장 등에게 맡긴채 해외자동차 경영에 전념하는 모습이다.대우의 경영구도는 「연방공화 국」에 비유된다.연방국 대표(회사별 회장)에 자치권을 부여하되 외교.국방권(큰 프로젝트 결정권이나 주요 인사권)만큼은 연방국대통령격인김우중회장이 행사한다.尹총괄회장은 부통령격.
지난해말 비자금 사건이후 대우의 국내경영 대리인으로 부상한 尹총괄회장은 金회장의 창업동지.지난해2월 중공업회장을 맡아 다소 후선에 배치되는듯 했으나 지난해말 다시 총괄회장에 올라 「상당한 역할」을 되찾았다는 평.
***배순훈씨 광고 .유명세' 회장단 간담회를 통해 金회장의의사를 전달하고 그룹 현안을 조정.협의한다.
지난해말까지 金회장을 대신해 비서실 회장 자격으로 회장 간담회간사역을 10개월여 맡았던 이경훈(李景勳)씨는 곧 미주(美洲)본부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지난해말 비자금사건에 연루된 후 직책없이 백의종군 상태에 있다.
金회장과 경기고.연세대 동기동창으로 역시 창업동지인 이우복회장은 ㈜대우 회장이면서 고등기술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지만 회장단회의엔 나오지 않는다.
「탱크주의」광고출연으로 유명해진 배순훈 전자회장은 열세이던 대우의 전자제품을 기술적으로 한단계 높인 기술경영자.金회장의 경기고 5년 후배로 金회장이 「배박사」라 부를 정도로 가깝다.
대우의 학계 출신 인맥을 대표하는 그는 미 MIT 공대 졸업후과학기술원교수로 있었다.76년 중공업 기술본부장으로 영입된후 91년부터 5년간 전자사장을 맡다가 지난해 2월 2단계 올라 회장이 됐다.
***行長출신 허준씨도 핵심 허준 증권회장은 고(故) 허정(許政)씨의 장남으로 외환은행장을 지내다 94년 영입됐다.金회장의 경기고 동기생인 그는 영어에 능하고 국제감각이 뛰어나 金회장이 외국의 굵직한 거래선이나 귀빈을 만날 때 늘 함께 할 정도로 대외 간판역 을 맡고 있다.
김태구 자동차회장은 김우중회장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내놓고보기 드물게 칭찬한 경영자.
대우조선.대우자동차등 어려운 회사를 金회장과 함께 맡아 인화를 일궈내 정상화하는데 솜씨를 발휘했다.김우중회장이 성격이 좀급하고 직선적이어서 그가 옆에서 보좌하면 다 완화된다고 한다.
金회장의 1급참모.㈜대우의 장영수 건설부문회장은 건설업계의 대부라 불릴 정도로 인폭이 넓고 현장경영에 뛰어나다는 평.부실기업으로 인수했던 경남기업을 정상화하는데 공로가 컸다.㈜대우 건설부문 사장만 8년을 맡았다.
***해외통 추호석씨 浮上 서형석 ㈜대우 무역부문회장은 조용하고 합리적인 스타일의 무역자금통.金회장의 경기고 1년 선배로서울대법대 출신인 그는 한은 등을 거쳐 77년 대우실업 상무로영입됐다.
치밀한 관리형인 윤원석회장은 중공업 조선부문사장을 맡아 경영수완을 발휘하다 지난해말 김태구회장과 함께 회장이 됐다.
직접 결재권을 가진 젊은 실세 사장들은 차세대 대우를 끌고 갈 핵심인물들.
중공업 기계부문의 추호석(秋浩錫.46)사장.조선부문 신영균(申英均.52)사장,㈜대우 무역부문 강병호(康炳浩.53)사장,건설부문 이일쇄(李一쇄.56)사장,자동차의 양재신(梁在信.55)사장 등이 그들이다.
50년생으로 지난해말 공채 20년만에 사장자리에 오른 중공업기계부문 추호석사장은 지난 연말 대우인사의 하이라이트였다.46세로 전무에서 2계급 승진했다.부장에서 상무시절까지 金회장이 해외출장갈때 대부분 수행했을 정도로 金회장이 신 임한 해외업무통이다. 실세 사장들중엔 금융통이 많다.강병호 ㈜대우 무역부문사장은 국제금융통이다.지난 연말 秋사장과 함께 중공업 조선부문전무에서 2계급 오른 신영균사장 역시 국제금융업무만 17년간 했다. 지난해 2월 제2창업을 표방한 인사 때 상무에서 20명의 선배임원을 제치고 3계급 특진해 아연 눈길을 끌었던 ㈜대우건설부문 이일쇄 사장은 「돌쇠」라는 별명을 가진 현장통.영업통인 장영수회장을 보필해 취임 1년만에 상당정도 업무장 악을 이뤄냈다.자동차의 양재신사장은 73년 대우 공채 4기로 입사,지난해말 사장이 됐다.
***언론派 실세 김욱한씨 언론계 출신 실세도 있다.동아일보출신으로 78년 대우로 옮겨 홍보실 등에서 18년 근무끝에 지난해말 제조업체 대우기전 사장을 맡은 김욱한(金昱漢.56)사장과 동화통신 출신인 회장비서실의 박용근(朴龍根.60)사장 등이그들이다.
대우는 비자금 사건을 겪으면서 이제 자율경영과 40대 경영론을 더욱 강조하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
〈다음은 선경그룹편〉 성태원.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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