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신구상주의 작품들 한눈에 본다-워커힐미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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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추상미술과 신사실주의의 지배적인 경향 속에서 지난 60년대부터 30여년 동안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전개된 신구상주의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워커힐미술관이 파리 세피아갤러리와 함께 기획한 「신구상의 세계」전이 바로 그것.
4일부터 열리는 이 전시에는 베르나르 랑시악.제라르 프로망제.장 엘리옹.알랭 자케.자크 모노리.장피에르 레노.제라르 슐로세.로베르 콩바스등 프랑스 작가들과 파리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출신 발레리오 아다미,아이슬란드의 에로,독일의 페터 클라젠,아이티의 에르베 텔레마크등 모두 12명의 작품 40점이 전시된다. 이들은 신구상 회화의 대표적 작가들로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들의 60년대와 70년대대표작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60년대 들어 미국의 팝 아트와 비교되기 시작하면서 전 유럽으로 확산된 「신구상」이라는 단어는 지난 61년,62년 파리에서 열린 두차례의 전시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64년에 열린 「일상적인 신화들」이라는 전시로 사진과 영화.만화등의 서술성을 도입한 작품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구체적인 작품 전개 기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신구상 미술작가들이 보여주는 활동들은 대개 정치사회적인 의미를 강하게 띠거나 혹은 일상적인 현실과 그 속에 숨겨진 의미간의 관계를 분석하려는 시도를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적 상황에 민감한 작가로는 베르나르 랑시악(65)과 제라르 프로망제(57)를 들 수 있다.랑시악은 원색의 바탕 위에 인물을 실루엣 형상으로 처리한 현란한 색채의 작품을 주로 보여주고,프로망제는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후 그 속의 익명의 인물들만을 적색 실루엣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에로(64)는 만화 이미지를 몽타주 기법으로 화면 가득히 들여놓는 작가다.회화적 요소에서 벗어나 풍자와 패러디에 능하다는평을 받고 있다.
페터 클라젠(61)은 근접촬영을 통해 배경을 없애고 사물의 한 부분만을 잡아내는 형상을 통해 대상에 대한 공간적 거리감을변화시키고 있다.
제라르 슐로세(65) 역시 사진기법을 동원해 어떤 특정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것을 확대한다.
자크 모노리(62)는 사진기법을 사용하지만 오히려 비현실성을극대화시키고 있다.배경을 차가운 느낌의 청색으로 처리해 마치 꿈속에서 만난 한 순간을 포착한 듯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발레리오 아다미(61)는 검정색 윤곽선을 사용해 형상을 기하학적으로 단순화시키고 이 형상을 일괄적으로 색면 처리하는 기법으로 새로운 틀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풀밭 위의 식사』로 이미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는 알랭 자케(57)는 망점을 확대.강조하는 기계적 복제술을 작품에 도입해 산업사회의 이미지 생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작가들보다 한 세대 밑인 80년대 작가 로베르 콩바스(39)는 60년대의 정치적인 고민과 문제의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희극적으로 표현된 익살맞은 인물과 화면 가득히 들어찬 어지러운 낙서 이미지는 마치 지하문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세피아갤러리의 큐레이터 장마르크 드크로는 『얼핏보면 미국의 팝 아트 작품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은 파리의 신구상주의가 팝아트보다 앞서 나온 경향』이라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신구상 회화의 다양한 전개방식을 체계적으로 보여주기 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30일까지 계속된다.(02)450-4666.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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