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고시 벽을 넘어라” 방학 잊은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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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경북대 언론고시원에서 학생들이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읽으며 공부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17일 오전 8시 경북대 사회과학대학 1층 ‘언론고시원’.

방학 중 등교한 경북대 황수영(23·여·신문방송4)씨가 영자신문을 펼쳐 든다. 뉴스를 접하면서 영어 공부를 겸하기 위해서다. 이 달엔 학교가 비용을 지원하는 토익 시험이 예정돼 있다. 이곳엔 신문만 8종이 들어온다. 신문을 다 훑으면 오후에 있을 글쓰기 실습을 위해 자료를 챙긴다. 고시원에 꽂혀 있는 ‘글쓰기 전략’도 읽어 본다.

“무엇보다 언론사를 준비하는 동료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요.”

황씨는 방송기자를 꿈꾸는 언론고시원 소속 학생이다.

현재 그처럼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고시원생은 30명이 넘는다. 언론고시원은 2002년 경북대가 ‘예비 언론인’ 양성을 목표로 설립했다. 사법고시·행정고시·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원에 이어 대학가에 등장한 신종 고시원인 셈이다.

언론고시원은 토익 시험 응시자에 한해 수수료(3만7000원)를 지원하고, ‘언론문장연습’ ‘최신시사상식’ 등 300여 권의 언론사 입사시험 대비 서적을 마련해 두었다. 또 틈틈이 현직 언론인을 초청해 ‘작문’ ‘방송 프로그램 기획’ 등을 주제로 특강을 열기도 한다.

이런 혜택들 때문에 언론고시원에 들어오려는 희망자 중 신문방송학과 출신이 아닌 학생들의 숫자도 늘고 있다. 올해는 지원자 13명 가운데 8명이 다른 학과 출신이었다. 이들은 토익 등 영어시험 점수와 학점·면접 등을 통해 고시원생으로 선발된다.

라디오 프로듀서(PD)가 꿈인 우지희(23·여·영어교육4)씨는 “사범대는 대부분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때문에 언론사를 목표로 공부하기엔 정보 교류가 부족한 편”이라며 올해부터 고시원에 들어왔다.

언론고시원장 정걸진(56·신문방송) 교수는 “언론사 입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언론고시란 말이 나왔다”며 “언론에 매력을 느끼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 고시원은 최신 입사시험 정보를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둔다”고 말했다.

경북대 언론고시원은 2003년 이후 기자 10명, PD 6명, 언론 유관기관 2명 등을 배출했다. 계명대와 대구대도 언론고시반을 운영하고 있다.

계명대 언론고시반 백동진(27·신문방송4) 반장은 “도서관은 자리 잡기가 힘든 만큼 자기 만의 공간이 있는 것 만으로 큰 혜택”이라며 “관련 장학금도 주어진다”고 말했다. 계명대는 미디어영상 분야가 특화된 만큼 언론고시반도 기자와 PD뿐 아니라 카메라·광고마케팅·작가 등 다양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대구대 신문방송학과는 1999년 만들어진 언론고시반을 올해부터 좀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수가 2,3학년 우수생 8명을 뽑아 직접 지도한다. 언론고시반을 지도하는 류성진(37·신문방송) 교수는 “학생들은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공부하고 언론인 특강과 토익 시험 등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권동준 인턴기자 yames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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