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씹어야오래산다上] 장수로 가는 ‘30-30 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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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는 것은 걷기와 같이 전신 건강의 초석이 된다. [중앙포토]

‘적게 먹고, 오래 씹으세요’. 건강한 장수를 위한 가장 중요한 건강 수칙이다.

오래 씹는 행위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실천은 쉽지 않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이 직장인 12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식사 시간은 72%가 15분 이내(10~15분 623명, 5~10분 289명, 5분 이내 15명)였다.

중앙일보 건강팀과 에스플란트치과병원은 ‘다작(多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오래 씹어야 오래 산다!’캠페인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씹으면 건강해진다=씹는 행위는 종합 운동이며, 기초 운동이다. 걷기가 모든 장기의 운동을 촉진·활성화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씹는 행위는 안면근육을 자극하고, 이어 두개골·얼굴 뼈에 전달된다. 눈·코·입에서 분비물이 나오면서 메마른 세포를 촉촉히 적시고, 얼굴엔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입안 침샘에선 침이 쏟아진다. 침에는 필수 전해질·당단백질·항균성 효소 외에도 유익한 성분이 들어 있다. 음식물의 유해 세균을 죽이고, 입안 상처를 치유하며,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일차 소화작용을 한다.

음식을 잘 씹으면 암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노화 또는 세포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주범은 활성산소. 일본의 한 대학은 침 속의 페록시다아제라는 효소가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의 DNA에 변화를 막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저작 운동은 치매와 건망증도 방지한다. 대뇌피질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뇌에 혈액 공급을 촉진해 뇌세포의 노화를 막는다는 것. 일본 도호쿠대 연구팀은 70세 이상 노인 1167명을 대상으로 치아 상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건강한 652명은 평균 14.9개의 치아를 보유한 반면, 치매 소지가 있는 55명은 9.4개에 불과했다.  

◇장수를 위한 30-30 원칙=부드러운 음식은 아이들의 씹을 기회를 앗아간다. 저작력이 약해지면서 아래턱 성장에 장애가 오는 것이다. 아래턱이 좁으면 영구치가 제자리를 잡지 못해 덧니 또는 삐딱니 등 부정교합이 생긴다. 갈수록 부정교합 어린이가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만 역시 마찬가지. 뇌의 포만중추가 작동하는 시간보다 빨리 씹어 넘기면 과식을 하고, 결국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 따라서 씹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형성돼야 한다. 양치질에 3·3·3 법칙(하루 3회, 3분 이상, 식후 3분 이내)이 있듯 올바로 씹는 방법에는 30-30 원칙이 있다. 식사는 30분 이상 넉넉히 시간을 갖고 즐기며, 한 수저당 30회 이상 충분히 씹고 삼키라는 것이다. 신문이나 TV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도 문제다. 자신이 무엇을 씹고 있는지 맛을 음미하며 식사를 해야 30-30 원칙을 습관화할 수 있다. 

씹을 때는 양쪽 어금니를 고루 사용해야 한다. 오랜 세월을 자극이 누적되면 얼굴의 비대칭 또는 치아손상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는 위·아래 어금니가 서로 충분히 닫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천천히 씹는다. 또 부드러운 가공식품은 어릴 때부터 삼가고 채소류 위주의 식습관을 기른다.

◇씹고 싶어도 못 씹는다면=잘 씹으려면 이가 튼튼해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기는 충치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는 치주질환 때문에 잘 씹지 못한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턱관절 장애 환자도 마찬가지.

무엇보다 조기 검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7∼12세까지는 위턱·아래턱 위치에 이상이나 결손치 여부를 점검해 필요할 경우 교정을 해야 한다. 충치나 잇몸질환의 예방효과까지 볼 수 있다.

치아 손상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40~60대 이후 장노년층 시기엔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가급적 줄여야 한다. 아울러 백미보다 현미밥 등 거친 음식이 도움이 되며, 시금치·무·당근 등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채소류에 길들여지도록 한다.

치주질환 등으로 치아손실이 많은 노년층은 손상된 치아를 방치하지 말고 씹는 기능을 95% 이상 대신하는 임플란트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작활동은 곧 치매·암과 같은 노년을 위협하는 노년기 질환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고종관 기자

◇에스플란트치과병원은=지난 4월 설립한 임플란트·교정 전문병원. 노현기·이정택·손병섭·백상현(이상 임플란트), 허재식(교정) 병원장 등 6명의 치과의사가 참여하고 있다. 모의 가상시술인 ‘CT가이드 임플란트’시술 등을 통해 안전하고, 정확한 임플란트 시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명교정인 ‘인비절라인’ 시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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