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막강한 권력 쥔 포털, 규범 만들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시장의 힘이 제조업에서 유통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막강한 구매력을 앞세운 대형 할인점들이 제조업체를 압박하며 수익을 늘리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마찬가지의 현상이 정보 콘텐트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포털들은 편집을 통해 정보 콘텐트를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거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의제 설정이나 여론 형성에서 포털들이 얼마나 큰 권력을 행사하는지는 쇠고기 사태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포털들은 “우리는 정보 유통자일 뿐”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나 유통되지 않는 정보는 의미가 없다. 또 인터넷 환경에선 이미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 콘텐트 공급과 유통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포털들은 이제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과 현실적 비중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언론이 아니다”며 최소한의 현실적 책임마저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법원이 왜 요즘 허위 기사나 악성 댓글을 방치한 포털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포털들도 부작용에 대해 여러 가지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일부 사이트는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서비스를 내놓았다. 또 일부 편집권을 개인 사용자와 개별 언론사에 넘기는 포털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땜질식 처방으론 거대 공룡의 폐해를 치유할 수 없다. 포털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제도(institution)로 자리 잡은 만큼 이에 걸맞은 규범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법이 현실을 따르지 못하는 구조적 사각지대에 숨어 있을 수 없다.

그동안 포털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게 아니다. 지난해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입법안을 추진하다 흐지부지 끝났다. ‘규제 밖에 있는 권력’ 포털을 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인권과 사회의 안정도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인터넷 공간이 아무리 자유롭다지만, 일정한 법적 규제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