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 기자와 도란도란] 고유가 = 자원주 생각은 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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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444만907명. 우리나라 주식투자 인구(지난해 말 기준)다. 경제활동인구 5명당 한 명꼴로 주식투자를 한다. 그런데 주변에서 주식 해서 돈 벌었다는 사람을 찾아보긴 어렵다. 대신 주식 하다 마이너스 통장 만들고 카드빚 졌다는 사람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주식판’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도 살아남는 비법의 하나로 회자되는 게 다수가 아닌 소수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걸, 그것도 먼저 발견해내야 한다. 그래야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다.

최근 시장의 화두는 고유가다. 치솟는 유가에 코스피지수 1700선도 무너졌다. 시장이야 비명을 지르지만 그 속에서도 투자자들은 살아남을 방도를 찾는다. 고유가 수혜주가 뭔지 골몰한다. 당장 떠오르는 건 자원개발주다. 외국에 유전을 소유하고 있다면 치솟는 기름값은 이익이 돼 돌아올 것이다.

대체에너지 관련주도 주목을 받는다. 기름값이 감당 안 되니 태양광·풍력 등 다른 수단의 에너지 개발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유가가 오른 만큼 당장 이들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유전이야 대부분 개발 초기단계라 진짜 기름을 뽑아내려면 한참 있어야 한다. 대체에너지는 기대감에 주가가 이미 급등한 상태지만 아직까지 매출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기업은 별로 없다.

의외로 고유가의 수혜를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받는 업종이 보험이다. 고유가로 사람들이 차를 끌고 나오지 않으니 사고가 줄어서다. LIG손해보험의 4월 손해율(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을 지급한 비율)은 69.3%다. 지난해 4월(77.3%)보다 8% 급락했다. 현대해상도 손해율이 전년 동기 대비 3.1%포인트 떨어졌다. 손해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금 지급이 줄었다는 의미다. 곧 손보사의 이익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유가가 더 오른 5∼6월에는 손해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익 전망이 좋으니 주가 전망도 밝다. 발 빠르게 기관이 움직였다. 기관은 LIG손해보험을 이달 들어 단 하루(24일)를 제외하고 꾸준히 사들였다. 반면 개인들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그 하루(24일) 빼고 꾸준히 팔았다. LIG손보는 이달 들어 6.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9% 하락했다.

고유가로 시장이 울상이다. 그래도 웃을 수 있는 종목을 찾겠다면 시장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런 밝은 눈을 가진 소수가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자신이 그런 소수라면 시장에 뛰어들어도 좋다. 그렇지 않은 다수라면? 시장이 오를 때만 투자하는 게 ‘혼돈의 시대’에 내 자산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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