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는 오바마·힐러리 …‘화합마을’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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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경선 과정의 앙금을 털고 공동 유세를 여는 등 본격적인 공조에 나섰다. 오바마가 26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본부를 나서며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됐다. 미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피 말리는 접전을 펼쳤던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얘기다. 26일 밤(현지시간) 두 사람은 경선이 오바마의 승리로 막을 내린 뒤 처음으로 함께 공식 석상에 섰다. 워싱턴 메이플라워호텔에서 힐러리 측 거액 기부자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비공개 모금행사에서다.

경선 기간 중 쌓인 양측의 앙금을 털어내고자 마련된 이 자리에서 힐러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우리(민주당)는 한 가족”이라며 “백악관을 되찾아오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연단에 선 오바마는 “힐러리와 나는 미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생각이 같다”며 지지를 구했다.

그는 또 힐러리가 경선 과정에서 진 2000만 달러 이상의 빚을 청산하는 걸 돕기 위해 개인적으로 법적 기부 한도인 2300달러짜리 수표를 보냈으며, 자신의 거액 기부자들에게도 동참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힐러리 측 지지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하지만 양측의 불편한 감정이 채 가시지 않은 걸 입증하듯 이날 회합에선 오바마에게 껄끄러운 질문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힐러리의 패배가 성차별(sexism) 때문임을 인정하라’고 다그쳤다. 오바마는 순순히 동의를 표시하며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수긍했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는 힐러리 측의 요청에 따라 이전에 오바마와 힐러리,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집필 계약을 담당했던 변호사 로버트 바넷이 양쪽의 의견차를 좁히는 중재자로 나섰다고 26일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견해차가 드러나는 문제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11월 대선 본선까지 어떤 역할을 맡기느냐 하는 것이다. 힐러리가 8월 말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어느 정도까지 나설지, 힐러리 빚 청산 문제를 오바마가 얼마나 도울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오바마와 힐러리의 오월동주는 예상보다 순항 중이라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두 사람은 화합을 과시하기 위해 27일 뉴햄프셔주의 ‘화합(Unity)’ 마을에서 첫 공동 유세를 펼칠 계획이다. 인구가 2000명도 채 못 되는 이 작은 마을은 이름이 상징적일 뿐 아니라 뉴햄프셔주가 대선 본선에서 주요 경합 지역이기 때문에 유세 장소로 선택됐다. 기이하게도 1월 8일 뉴햄프셔주에서 민주당 경선이 열렸을 때 오바마와 힐러리는 이 마을에서 똑같이 107표를 얻었었다. 오바마는 “우리 둘이 뉴햄프셔에서 멋진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힐러리는 11월까지 내내 효율적으로 나를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오바마, 힐러리 지지자 절반 흡수=AP통신 및 야후 뉴스는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오바마가 힐러리 지지자 중 절반 이상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던 두 달 전 힐러리를 지지했던 응답자 가운데 53%가 현재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여전히 힐러리 지지자 중 23%는 오바마를 찍느니 차라리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선으로 양분된 민주당이 완전히 하나가 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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