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선거도 또 타락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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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4.30 재.보선이 임박해지면서 막판 혼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성남 중원 선거구에서 현금봉투를 돌린 지역향우회 지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발표했다. 20만원이 든 봉투를 4명에게 돌렸는데 이 중 3명이 선관위에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하고 각각 5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돈을 준 사람이 정식 선거운동원은 아니라고 하지만 신고한 3명의 유권자는 그가 열린우리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는 것 같다고 선관위 측에 밝혔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충남 아산 선거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 연설에 선거구민을 참석케 하고 음식과 교통비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2명에 대해 선관위가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금품 제공의 규모와 대상이 과거 선거 때만큼 크지 않다고는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부분까지 감안해볼 때 이번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지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다.

선거법 위반에 대한 당선무효 판결에 따라 치러지는 재선거란 점에서 어느 선거보다 신중하게 치러져야 함에도 이처럼 혼탁 양상을 보이는 데에는 후보자 개개인보다 중앙당의 책임이 크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국회 과반의석 회복을 노리는 열린우리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의 과열 양상에 대해 선거운동 개시 전부터 많은 우려가 있어 왔다.

그런데도 여야 어느 당도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진지함을 보여주기는커녕 중앙당이 재.보선에 총동원되는 총력전 양상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선거구별로 지역의 숙원사업 지원 약속을 요청하는 내용의 열린우리당 문건이 한나라당에 의해 제기되면서 관권선거 시비까지 일기도 했다.

남은 며칠만이라도 깨끗한 선거를 치르려고 노력하는 여야 정당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한다. 선관위와 검.경찰도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된 선거이니만큼 보다 적극적인 단속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당 선거구의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가 선거법 위반에 따른 재선거란 점을 깊이 인식해 선거법을 위반한 후보에게는 표를 찍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