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 '상혼(商魂)'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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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상혼(商魂)이란 무엇일까.

폼나게 정장을 차려입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채소가게 주인도 장사를 할 때 반드시 지키는 원칙을 한두가지씩 갖고 있게 마련이다. 이런 장사의 철학,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상인의 정신이 바로 상혼이다. 일본에서 경영 재건의 귀재로 널리 알려진 고쓰카 다케시는 '상혼'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몸소 체험한 상인 정신을 조목조목 소개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사원으로 리크루트에 입사해 22세에 후쿠오카 영업소장으로 취임한 그는 매출을 전년 대비 15배나 끌어올리고, 29세에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모리오카 그랜드호텔 총지배인으로 취임해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이런 성공 뒤에 있는 고쓰카 다케시 상혼의 핵심은 '혼신을 다해 상대방을 감동시켜라'다. 그의 상혼은 중학 시절 우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겼다. 당시 그는 주변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월정 구매를 하면 우유값을 깎아주고, 출근하지 않는 날은 배달을 하지 않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매출을 다섯배나 늘렸다. 그가 그런 제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사의 근본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고쓰카 다케시는 고객을 기쁘게 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장사의 근본이며, 이윤은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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