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사우디 國政 위임받은 압둘라 왕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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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뇌졸중으로 쓰러진 올해 75세의 파드 국왕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국정을 위임받은 그의 이복동생 압둘라 왕세자(사진)는 사실상 차기 국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장자승계가 아닌 형제간 왕권이양이라는 이슬람전통에 따라 파드국왕의 바로 밑 동생인 압둘라가 왕세자로 책봉된 것은 지난 82년.올해 73세의 그는 부총리겸 5만7,000명의 국가보위대책임자로 막강한 권력을 누려왔다.
그럼에도 그는 40여명에 달하는 형제들이 사치를 일삼았던 것과는 달리 검소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정치성향으로 볼때 파드 국왕에 비해 훨씬 이슬람주의에 충실한 보수적인 인물로알려져 있다.
그가 팔레스타인.시리아측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이 때문.또 친미파인 형과는 달리 미국과의 유대강화에 때로는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왔으며 개방정책에도 소극적이다.영어를 전혀 못하는데다 90년 걸프전 당시 사우디아라 비아내 미군기지 건립을 반대했던 사실도 이같은 그의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자연 그의 집권 이후 친미성향이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정책이변화할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동전문가들 사이에는 비록 압둘라 자신이 미국에 덜 호의적이긴 하나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존 외교노선이 크게 바뀌지는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그가 체제를 부정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공세와 기득권보호의 왕권수호라는 이 율배반적 틈새에서 어떻게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끌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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