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 이탈리아어 정도는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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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on giorno. Il mio nome e Saena. Vorrei essere un buon ambasciatore di SWU” (안녕하세요. 저는 새나라고 해요. 저는 서울여대를 위한 좋은 홍보대사가 되고 싶답니다.)

서울여대 경영학과 3학년 박새나(22ㆍ여)씨. 5월 말 그는 서울여대 홍보대사 ‘홍보 바롬이’로 선발됐다. “오래 준비를 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합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는 유창한 이탈리아어 자기 소개로 심사위원 교수들을 압도했다. 토익 970점에 뉴욕의 한 광고회사 인턴을 경험한 그는 “홍보대사 경험을 통해 홍보 전문가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1999년부터 시작된 서울여대 홍보 바롬이 선발은 이제 10년째를 맞는다. 외국어 능력과 대외 활동, 포부 등을 담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13명의 학생이 선발됐다. 홍보 바롬이 회장 박한나(23ㆍ여)씨는 “올해는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홍보대사는 이제 ‘좀 잘 나간다는’ 대학생이라면 도전해볼만한 아이템이 됐다. 은행, 기업 등은 물론이고 학교, 정당에서도 홍보대사를 선발한다. 연세대(I.N.延), 이화여대(캠퍼스리더), 숙명여대(앰베서더) 등 서울 시내 많은 대학들이 홍보대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 학생 홍보대사들은 학교 홍보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캠퍼스 투어, 학내 발표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학생 홍보 도우미의 원조는 93년 대전 엑스포 홍보대사로 선발돼 방송계에 진출한 탤런트 박정숙(당시 서울여대 재학)씨. 이후 97년 숙명여대가 학생 홍보모델을 선발하면서 학생 홍보 도우미 제도는 모든 대학에 확산됐다.

대학생 홍보대사를 뽑는 곳은 학교뿐만이 아니다.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은행권에서도 홍보대사를 선발하고 있다. 이들 은행에서는 대학생 홍보대사를 통해 산뜻한 기업이미지 구축은 물론 대학생들에게 기업의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주고 있다. 주영래 기업은행 고객만족추진단장은 “지점 체험에서 광고 제작에 이르기까지 은행의 모든 것을 학생들이 체험하게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 대학생 홍보대사의 활동을 통해 젊은이의 패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한편, 젊은 이미지 구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입소문이 위력을 발휘하는 제조업에서 대학생 홍보대사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학교의 경우 학교 홍보와 신입생 유치, 이미지 관리 등에 도움을 얻는다.

대학생 홍보대사는 특히 아나운서 지망생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대외 활동을 통해 경력을 쌓을 수 있는데다 ‘홍보대사’라는 이미지가 지성와 미모를 겸비한 아나운서에 적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선영 YTN 앵커(이화여대), 이문정 MBC 기상캐스터(서울여대) 등이 대학 홍보대사 출신이다. 김효정 CJB 청주방송 아나운서는 신한은행 홍보대사 출신이다. 탤런트 한지민씨도 서울여대-사회복지공동모금회 봉사활동 홍보대사를 거쳤다.

홍보대사의 덕목은 ‘뚜렷한 목표설계’다. 뚜렷한 목표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랴렵다. 조성원 서울여대 홍보실장(영문학과 교수)은 “학교의 얼굴이자 차세대 리더인 홍보대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뚜렷한 목표의식”이라며 “활동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것을 얻어갈 수 있을 지 고민한 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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