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이유로 병역감면 거부는 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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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병무청이 병역 감면을 해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개그맨 엄경천(29·사진)씨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병역감면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엄씨는 개그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컴퓨터의 버퍼링 효과처럼 끊었다 다시 부르는 음악개그 ‘버퍼링스’ 로 인기를 모았다.

엄씨는 1998년 현역 입영 대상자로 분류됐다. 그 후 자격시험 응시·질병 등을 이유로 입영을 5차례 연기했다. 2006년 3월에는 허리 디스크에 걸렸다며 다시 신체검사를 받아 공익근무 대상이 됐다.

같은 해 8월 엄씨는 ‘자신이 아니면 가족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생계곤란 병역감면원을 제출했다. 하지만 병무청은 엄씨의 재산이 5100여만원으로 병역감면 기준액(4950만원)보다 많다며 거부했다. 그해 12월 규정이 바뀌어 기준액이 5850만원이 되자 엄씨는 다시 병역감면원을 냈다. 그러나 병무청은 “연예인 병역감면은 사회적 파급효과가 높다”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엄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병무청은 신청인이 생계곤란 감면 기준에 해당해도 직업·학력 등을 고려해 거부할 수 있지만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한 것은 직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병무청이 엄씨의 재산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또 다른 거부 처분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에 엄씨의 군 복무 여부는 아직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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