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정치판을 경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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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11일 창립대의원대회를 가진데 이어 12일 대규모 집회를 연다.민노총이 복수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실정법을 무시한채 창립대회를 열고,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는 자체가 노동계와 산업계를 비롯한 사회전반에 불안과 파란을 예고하는 것이다.
노사간 화합이 어느 정도 성숙되는 시점에서 유일 합법노조단체인 한국노총을 어용노조로 몰고 민노총을 결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민노총은 선언문과 강령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권력과 자본의 탄압분쇄,경영참가의 확대등을 운동노선으로 정해 놓고 있다.
조합원의 복지.후생.임금개선을 주요 목표로 삼는 한국노총의 조합주의에 비해 민노총은 정치투쟁을 주목표로 삼겠다는 것이다.
87년 이른바 노동자 대투쟁이후 불법파업과 농성으로 산업현장을 흔들고,사회전체를 불안에 빠뜨렸던 노학(勞學)연대의 과격투쟁 전력(前歷)을 갖고 있는 이들의 정치투쟁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불을 보듯 훤하다.
민노총결성 이후 당장 예상되는 혼란은 노.노간 대결양상이다.
온건조합주의의 한국노총과 과격투쟁단체인 민노총간의 노.노대결 현상은 불가피하다.노.노간의 대결은 조합원의 권익보호나 향상에기여하기 보다 자파세력의 확보나 선명성 경쟁에 몰두하면서 노동정치판을 방불케 할 것이다.이는 근로자나 산업계나 어느 쪽에도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전일 가능성이 높다.이 소모전이 산업을 황폐화하고,국력을 낭비하며,사회전체를 불안에 빠져들게 하는 것을 우리는 이미 너무나 비싼 대가 를 지불하고 체험한 바 있다. 한국노총에 문제가 있다면 거기 들어가 내부의 문제를 개선하고,근로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옳다.이 길이 실정법의 테두리 안에서 근로자의 이익을 추구하고,산업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본다.운동권 학생들과 제휴하고,재야 정치인과 연대해 근로자의 권익을 추구한다는 노선 자체가 근로자를 외면하고,노동현장을 정치투쟁의 볼모로 삼는 악폐를 반복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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