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의Food&Med] 위험수위 넘은 어린이 비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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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3월 21일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이 공포됐다. 많은 내용이 담겨 있지만 핵심은 어린이 안전보호 구역을 지정하고, 어린이 기호식품 광고규제를 강화하며, 매점·자판기에서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세 가지가 아닐까 싶다.

지난 15일 일산 KINTEX에서 ‘어린이 먹거리 안전의 중요성 및 산업적 파급효과’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정부(식품의약품안전청)·업계(한국식품공업협회)·소비자단체가 저마다 다른 해석과 처방을 내놓아 법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심포지엄에서 눈이 번쩍 띄게 하는 수치가 하나 나왔다. 만약 식의약청이 도입하려 한 식품영양성분 신호등 표시제가 예정대로 실시됐다면 전체 어린이 기호식품의 93.2%가 ‘빨갛게’ 표시됐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 추정치가 식의약청·소비자 단체가 아닌 식공협회의 ‘고백’이었다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신호등 표시제는 어린이가 알아보기 쉽도록 가공식품의 라벨에 빨강·노랑·녹색의 표시를 한다는 기발한 시도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논의 단계에서 폐기됐다.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우려한 것은 어린이 비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의 비만율(국민건강영양조사)이 1998년 6.6%에서 2005년 10.2%로, 7년만에 1.5배 늘었다. 어린이 비만의 40%, 청소년 비만의 7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어린이 비만 해결책으로 식의약청이 내놓은 것이 어린이 기호식품 광고 규제와 2009년 3월 22일부터 학교 내 매점·자판기에서 고열량·저영양 어린이 기호식품의 판매를 금지키로 한 조치다.

하지만 이 정도로 어린이 비만율을 낮출 수 있을까. “미국처럼 학교 내에 자판기가 많이 설치된 것도 아니며, 국내에서 탄산음료와 비만 간의 관련성을 찾을 수 없어 정책의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식품업계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어린 자녀가 비만해지지 않게 하려면 다음 네 가지를 실천하자.

첫째, 아침 식사를 꼭 챙겨 준다. 아침 결식아의 비만율은 비(非)결식아보다 1.4배 높다. 아침을 거르면 방과 후에 학교 주변에서 값싼 먹거리를 찾는 것도 문제다. 식의약청이 지난해 4월 전국 104개 초등학교 주변에서 조사했더니 어린이가 먹는 식품의 40%가 100∼300원가량 하는 저가 수입식품이었다. 대부분 위생수준이 떨어지는 12개 나라 제품이었다.

둘째, TV 시청이나 PC 사용은 이 둘을 합해 하루 2시간 이내로 줄인다. 요즘 어린이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평일 142분, 일요일 273분에 달한다. TV 시청 시간이 1시간 늘면 비만율이 1.2∼2.9%나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외식을 줄인다. 외식하면 열량은 물론 혈압을 올리는 나트륨 섭취량도 덩달아 증가한다. 가정에서 하는 식사의 나트륨 함량이 1000㎉당 2.7g인 데 비해 외식은 3.1g으로 조사됐다.

넷째, 가끔은 펀(fun) 다이어트를 허용한다. 어쩌다가 햄버거 하나를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아이의 즐거움마저 뺏으면 오히려 역효과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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