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검찰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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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검찰은 30일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 소명자료를 전달받았으나 당초 밤샘 검토작업을 벌일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수사팀의 대부분이 오후10시30분쯤 퇴근했다.
검찰의 이러한 모습에 대해 『이미 盧씨의 조사에 대비한 사전작업이 마무리된 것같다』는 분석과 함께 『의외로 조사시기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대두.
…안강민(安剛民)대검 은 30일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소명자료를 전달받고 문영호(文永晧)중수부 2과장을 중심으로 수사에 참여하는 전 검사가 밤을 꼬박 새워 자료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검찰은 소명자료와 그동안 수사 결과를 비교 분석,차이점을 표로 만드는등 盧씨 주장을 반박할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느라 여느때보다 분주한 가운데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안강민(安剛民)대검 중수부장은 盧전대통령측의 박영훈(朴永勳)비서관으로부터 소명자료를 건네받은 직후 이정수(李廷洙)수사기획관과 함께 김기수(金起秀)검찰총장에게로 직행.
安부장은 자료의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이야기하겠다』『넘겨 짚지 말라』고 대답한 뒤에는 일체 언급을 회피.
安부장은 朴비서관이 도착하기 20여분전 부속실에 있던 기자들을 모두 밖으로 나가게 하고 검사등 배석자없이 단 둘이서 면담했는데 盧전대통령 소환시기와 예우문제등을 협의했다는 후문.
…박영훈비서관은 이날 오전9시50분쯤 007가방 하나만 든채대검찰청에 등장했으나 『비자금 조성경위도 담겨 있느냐』는등 기자들의 질문에 『작성 작업에 참여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강조.
중수부장실로 올라가는 승강기 안에서 소감을 묻자 그는 『모시던 분이 이런 처지가 됐는데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면서 『검찰에 오기전 인사를 드렸지만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고 대답.
朴비서관은 10여분간 安부장을 면담한뒤 『차만 한잔 마셨을뿐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전언.
…당초 김유후(金有厚)전청와대 사정수석이 검찰에 온다는 설이나돌았으나 朴비서관이 자료를 전달.
검찰 주변에선 연희동측에서 서울고검장을 지낸 金전수석이 안강민 중수부장과 경기고 55회 동기인데다 검찰선배인 것을 고려,혹시 분위기가 어색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해 朴비서관으로 바꿨을것이라고 해석.
…검찰은 수사팀이 대폭 보강되고 6공 비리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됐다는 언론보도에 예민한 반응.
安중수부장은 『중수부 3과가 추가로 투입됐을뿐인데 언론이 너무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면서 『중수부가 있는데 특별수사팀을 따로 만들 이유가 어디 있느냐』면서 수사 성과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 .
…검찰은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소환조사를 앞두고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한 경비계획까지 짜는등 부산한 움직임.
검찰은 盧씨 출두당일 방호원과 청원경찰등 50여명을 동원해 대검청사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및 11층 조사실에 이르는 길목에 배치,보도진등의 근접을 차단할 계획.
이는 88년 5공비리 수사당시 출두하던 전경환(全敬煥)씨가 포토라인을 뛰어넘은 한 시민에 의해 뺨을 얻어 맞았고,93년1월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카메라에 이마가 찢기는등불상사가 발생한 전례가 있기 때문.
검찰은 이와함께 盧씨 조사장소로 대검 11층 조사실중 특급호텔 수준의 부대시설을 갖춘 10평가량의 귀빈실(일명 VIP룸)을 사용할 계획.
이 귀빈조사실은 폐쇄회로를 통해 검찰총장.중수부장실로 연결돼검찰 수뇌부가 조사장면을 지켜보며 수시로 보강조사등을 지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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