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투자 전도사'로 나선 대통령 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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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라트비아는 예부터 역내 동서 교역의 중심지로 꼽혀왔습니다. 오는 5월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 경제적 가교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있고, 경제성장률(2003년 6.5%)도 높습니다.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합니다."

유럽 발트해 3국 가운데 하나인 라트비아 대통령의 딸 인드라 프레이베르가(37) 투자개발청 외자유치국장이 23일 KOTRA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방문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약소국으로 설움을 당한 역사가 우리와 비슷해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그는 1999년 선출된 라트비아의 첫 민선 여성 대통령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의 딸이다. 지난해 10월 외자유치국장을 맡아 세계 각국을 돌며 '투자 전도사' 역을 수행 중이다.

"현직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을 내세우고 싶지는 않지만 굳이 감추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발트해 3국 중 리투아니아는 독립국가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그렇지 못했다. 독일에 이어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하에 지내다가 제1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독립국가가 됐다. 하지만 그도 잠시 뿐. 2차대전 후 소련의 통치가 재개됐고, 많은 라트비아인이 고국을 등져야 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각 가족과 함께 라트비아를 떠나 독일의 난민 캠프를 전전했지요. 이후 어머니는 모로코로, 아버지는 프랑스로 떠났고 우여곡절 끝에 캐나다에 정착했어요. 두 분은 거기서 만나 결혼했고, 몬트리올에서 저를 낳으셨답니다."

30여년간 몬트리올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어머니는 99년 라트비아 첫 민선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했다. 컴퓨터 공학자였던 아버지와 캐나다.프랑스에서 정치학.국제기구학을 전공했던 그도 어머니와 함께 '할 일 많은' 고국으로 돌아갔다.

"라트비아인들은 한국에 대해 대체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페스티벌이 열린 적도 있고 라트비아대에서는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두 나라 간 교역이나 투자는 미미합니다."

프레이베르가 국장은 현재 라트비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이 유일하다면서 보다 많은 한국 기업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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