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초자료도 없는 地震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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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가 결코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며,따라서 세계 곳곳에서일어나고 있는 지진참사를 강건너 불보듯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때마다 나오는 학계의 경고다.그러나 경고가 매번 경고로만 끝날뿐 우리는 아직까지 지진과 관련한 기초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그래서 지난 6일 삼척 앞바다에서 지진이 난데 이어 8일엔 울산 동쪽해역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일어나울산.포항 등지의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지만 그 누구도 명쾌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현재 지진에 관한 관측이라곤 자원연구소의 연구와 기상청이 12개 관측소에서 기상관측업무중 곁가지식으로 하고 있는게 고작이다.기상청의 경우 지진계와 진도계가 있긴 하나 대부분 간이형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정확성이 떨어진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건물의 내진(耐震)설계규정도 비현실적이고,대피훈련.대피요령계몽.구조체계등 지진재난의 수습책도 없다.
이런 형편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은 계속 추진되고 있고,아파트등 도시건축물은 해마다 고층화하고 있으니 언제 어떤 참화가닥칠지 두렵기 짝이 없다.
정부는 지진에 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우선 우리 나라의지층.지각상태와 변화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할 광역지진망을갖추는게 급선무다.이는 50억~60억원의 예산으로도 충분하다.
문제는 정부당국이 지진에 대한 인식이 낮아 이 정도의 투자도 하지 않는데 있다.
자체적인 기초자료가 없으니 건물의 내진설계기준도 현실성과 정밀성이 떨어지고 있다.지난 88년이 돼서야 내진설계기준이 건축법에 포함되긴 했으나 우리 자료가 없어 주로 미국의 기준을 참조해 적당히 정하고 말았다.그나마 그동안의 공사는 거의가 부실과 탈법이었으니 현재의 고층건물들이 과연 법상의 기준만이라도 제대로 지켰는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지진이 강건너 불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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