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아직 그 사건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닐텐데요.신문에 보니 희경씨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저격된 것으로 나왔던데…이렇게 한가로이 돌아다니실 형편이 못될 것 같은데….』 『저격수를 찾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그들은 국제적인 킬러로 신용을 최고로 알죠.고객의 비밀을 폭로하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이소룡이라는배우 아십니까?』 『잘 알지요.청소년기때 흠뻑 빠졌었죠.』 『그렇다면 그의 죽음에 대해서도 들었겠군요.그는 서른세살의 젊은나이로 급사했는데 아직도 그 사인은 불분명하지요.그리고 그의 아들도 얼마 전에 의문사를 했지요.내가 보기에 그 집안의 비극은 국제적인 킬러와 연관되지 않았나 합니다.
미궁에 빠진 사건을 파헤치다 보면 결국 만나는 것이 그 얼굴없는 킬러들이니까요.』 『그들을 만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민우가 흥미롭게 물었다.
『돈이면 됩니다.단 엄청난 돈이어야 하지요.왜 흥미가 있으십니까?』 『언젠가는 한번 소개받고 싶군요.저도 때로는 죽여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말입니다.』 『선생님한테도 그런 사람이있습니까?』 『누구나 다 그런 사람은 있을 겁니다.차마 행동에못옮긴다 뿐이지.』 민우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상운이 흥미롭게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궁금하군요.선생님께 그런 사람이 있다니.』 『가끔 나라를 망치는 정치인들을 보면 죽여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하죠.그들은 손에 칼만 안들었다 뿐이지 너무 많은 사람들을 해치는강도같은 사람들이니까요.차이가 있다면 강도는 법을 두려워하지만그들은 법 위에 군림한다는 것이지요 .한명의 지도자가 있고 없음으로 인해 세상이 바뀌는 경우는 참 많은 것 같아요.왜 박정희 대통령도 죽고나니까 오히려 세상이 확 바뀌지 않았던가요.물론 그것도 오래지 않아 다른 강도가 나타나긴 했지만 바뀐 건 바뀐 거죠.그래서 역사발 전은 오히려 테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정치인들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하늘을 두려워해야 세상이 편안할 텐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너무기고만장한 것 같아요.달리 말하면 초자아(superego:선악의 기준)가 없거나 빈 성격장애자들이 많지요.그래서 국민들의 삶은 항상 살얼음판을 걷죠.아마 테러가 좀 필요한 나라가 아닌가 생각해요.국민들이 너무 착하니 권력을 한번 잡았다 하면 그마음껏 휘두르는 맛을 못잊는 거죠.』 상운이 웃으며 대답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