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자동차협상이 남긴 교훈-美요구에 日 강력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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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6월29일 최종 타결된 美日 자동차협상과 이번 韓美자동차협상간에 비슷한 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번에도 미국은 두드리면 한국시장은 열린다는 전략을 구사하고있다.일본의 대처방안에서 나타난 교훈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美日 협상에서 일본은 미국 요구에 「노」라고 맞선 선례를 남겼다.앞으로의 일본의 협상입지를 넓히는데 기여했다.비록 수치목표를 제시하는「불평등」을 표면적으로는 피했지만 일본자동차메이커들이 전심전력으로 노력한다는 자주(自主)계획을 내 놓음으로써 내용상은 오십보 백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자동차협상에서 미국은 명분보다 실리를 철저히 앞세웠다.
미국은 과거엔 일본소비자들을 위해서도 미국 주장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왔으나 이번에는 미국 자동차업계와 노조,부품업계의 이익을 전면에 내걸었다.그러면서 노골적으로 국제룰에반하는 수치목표를 강요했다.
일본의 협상자세도 종전과 달랐다.협상주역을 바꾸었다.
과거 반도체협상때 일본관료로는 드물게 미국에 강경자세를 보였던 구로다(黑田)前통산성심의관대신 비교적 미국업계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고있는 사카모토 요시히로(坂本吉弘)심의관(前통상 정책국장)을 내세웠다.
일본 국내 업계와 관료사이에 인기있고 국내외 언론기관에 지면이 넓은 와타나베 오사무(渡邊修)기계정보산업국장으로 하여금 국내여론을 수렴케 했다.
여기에 비교적 정치리더십이 강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통산상이 조정역을 해 「실적과 체면」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일본이 달라진 것 중에는 대미(對美)협상에서 외무성 역할이 크게 후퇴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통산성과 운수성이 주역이된 것이다.
그동안 대미협상을 독점해온 외무성 대신 이제는 통산성.대장성.우정성등도 국제협상요원을 양성,정보수집능력을 갖추고 미국의 법률사무소.로비이스트까지 독자적으로 동원할 수 있게끔 됐다.
미국도 자동차협상에서 외무성을 통하는 것보다 직접 통산성과 상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게된 것같다.
정부-업계의 연결고리를 쥐고있기 때문이다.통산성이야말로 마찰이 재연될 소지가 전적으로 없다고 할수 없지만 자동차협상은 美日 서로간에 손해가 될 최악의 국면은 모면하게 했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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