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갇힌 아이들] 1. 외국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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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슈어 스타트(Sure Start)', 미국의 '헤드 스타트(Head Start)', 캐나다의 '페어 스타트(Fair Start)', 일본의 '에인절 플랜(Angel Plan)'. 각국의 빈곤 아동 관련 정책의 이름이다. 흥미롭게도 '스타트'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다. 아이들을 가난의 굴레에서 끄집어내 새롭고 공정한 출발을 시켜주겠다는 의미다.

선진국은 왜 일찍부터 빈곤층 아동 문제에 주목했을까. 출산율 저하가 큰 이유가 됐다. 인적자원이 갈수록 적어지는 상황에서 아이 하나하나가 훨씬 소중해졌다. 이들을 방치하면 나중에 복지예산으로 지탱해야 할 '짐'이 되지만 빈곤 세습을 차단해줄 수만 있다면 인재로 길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란 개념을 빈곤(Poverty)을 대신해 사용한다. 굶어죽을 정도의 절대 빈곤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더 이상 배고픈 아이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차별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슈어 스타트' 정책은 1997년 영국 총리실 산하 독립기구인 '사회적배제 위원회(Social Exclusion Unit)'가 맡고 있다. 위원회에는 보건부.교육고용부.환경교통부 등 6개 정부 부처와 민간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생활보호 아동의 교육.정서 장애.구직 문제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고 재정을 지원한다. 2002년 현재 250개 지역에서 각종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2017년까지 빈곤아동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64년 시작한 '헤드 스타트'는 미 연방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아동 관련 정책이다. 빈곤.이혼 가정의 5세 이하 어린이와 그 부모를 대상으로 각종 교육지원.상담치료를 벌여 해마다 어린이 40만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 정도 정책으론 미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없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두고 있다.

캐나다의 '페어 스타트'는 96년 한 지역 사회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미국.영국 등에 비해 빈곤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일본의 경우 출산율 저하에 대처하기 위해 저소득층 가정에 보육비를 지원하는'에인절 플랜'을 94년 시작했다.

워싱턴=김종혁, 런던=오병상,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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