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최전선에 선 대학 동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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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당정 갈등의 최전방에는 두 사람이 서 있다. 바로 한나라당의 정책수장인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두 사람은 63세로 동갑이다. 나란히 영남 명문인 경북고(이 의장)와 경남고(강 장관)를 나온 서울대 65학번 동기이기도 하다. 이 의장은 경영학과, 강 장관은 법대를 졸업했다. 또 두 사람은 1년 차이로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1969년(고시 7회) 공직에 입문한 이 의장은 80년 이재과장을 끝으로 재무부를 떠났다. 반면 70년 고시에 합격해 82년 이재3과장에 오른 강 장관은 승승장구해 97년 재정경제원 차관에 올랐다. 물론 그 사이 민간 부문으로 진출한 이 의장도 대우경제연구소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러다 보니 97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두 사람은 정반대 입장에 서기도 했다. 강 장관은 재경원 차관으로서 ‘IMF책임론’에 시달렸다. 당시 이 의장은 민간 경제연구소장 자격으로 정부의 무능을 질타했다.

이처럼 출발점은 같았지만 중간부터 엇갈린 이력은 현재 두 사람의 입장 차도 설명해 주고 있다. 최근까지 강 장관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세수잉여금을 추경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 내내 경제정책을 입안·집행해 온 강 장관으로서는 당연한 생각이다.

하지만 이 의장은 이에 맞서 “내수경기 진작은 감세를 통해 하고 세수잉여금은 국가 채무를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간기업 연구소장과 야당 의원으로 정부 경제정책 비판에 앞장서 온 이 의장으로서도 역시 당연한 결론일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재무부 출신 인사는 “이 의장과 강 장관은 모두 젊은 시절 재무부 내에서 ‘개성이 강한 엘리트 과장’이란 평가를 받았었다”며 “상반된 길에서 다른 철학을 축적해 온 만큼 두 사람이 의견 일치를 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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