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佛의 反시대적 핵실험 강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프랑스가 기어이 핵폭탄을 터뜨렸다.이번 실험을 통해 프랑스의위정자들은 「위대한 프랑스」를 과시하는데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고 믿을지 모른다.그러나 프랑스가 터뜨린 것은 핵폭탄 뿐이 아니다.시민혁명 발상지로서의 프랑스양심과 프랑스에 대해 국제사회가 가지고 있던 신뢰성도 함께 핵폭풍에 휩쓸려가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번 핵실험에 대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섬으로써 보수 정치인들이 추구해온 「프랑스의 영광」이 고양(高揚)되기는커녕 국가적 체면이 오히려 크게 손상되고 있다.프랑스 국내에서조차 『인도주의에 위배되는 범죄』『독단적이고 시대착 오적인 결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의 도덕성이 비판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핵실험을 합리화하는 이유를 여러가지 열거해 왔다.온갖 안전장치가 된 지하실험이기 때문에 방사능 오염이라든가,지질학적인 변화등 환경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다고 설명해 왔다.또 실험을 통해 고양되는 핵 억지력(抑止力)은 프랑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럽국가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무마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프랑스의 핵실험에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이유중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그런 문제는 「핵무기 없는 세계」「핵공포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하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비하면 지엽적인데 지나지 않는다.
냉전의 종식으로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핵무기개발경쟁이 끝나면서 온 세계는 핵무기가 완전 폐기될 수도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됐다.불평등조약이 틀림없는 핵비확산조약(NPT)에 1백75개국이 서명한 것도 그러한 기대속에 이뤄진 것이었다.뒤이어 내년에 핵실험을 전면 금지하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이 예정돼 궁극적으로 핵무기폐기의 길에 들어서기를 기대하고 있던 참이다.
이러한 조약들은 핵보유국들에 대한 신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프랑스의 핵실험강행은 그런 신뢰를 배반했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핵무기개발을 촉발할 수 있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데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