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근본주의>9.이슬람과 여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중앙아시아 여인들은 그림자로 말한다.옛소련 이슬람문화권인 중앙아시아 5개국을 돌아보면 공통점이 있다.대부분 남성인 이곳 화가들의 그림에는 극장박스석에서 망원경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서양여인의 정면상(正面象)은 없다.차도르 깊숙이 몸 을 숨긴 여인들과 그 뒤를 밟는 남자들.거기에는 여인의 그림자에 대한 남성들의 간절한 연모가 숨겨져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동부 도시 안디잔.
이슬람 골수분자들이 모여사는 이 시골도시는 공산주의 혁명이 말살시킬 수 없었던 이슬람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남편은 아내를 부양할 의무가 있으며 아내는 남편에 순종하고….』 결혼식에초대된 물라(이슬 람 성직자)의 주례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6세의 신부 페루자는 9세에 시집가던 옛풍습을 기억하는 이곳 노인들에게는 이미 노처녀에 속한다.그녀가살집은 외부로 난 창이라곤 하나도 없는 전통가옥.가장의 법이 집안을 지배할 뿐 거리의 법은 스며들수 없는 가부장적 가옥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있다.집안에는 이치카르(안식구라는 뜻)라 부르는 별채가 따로 있어 과거에는 외부에서 남자손님이 오면 여인들은 이곳에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게 돼 있었다.지금까지 이러한전통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지만 순종과 격리라는 여성에 대한 이슬람사회의 기본정신은 살아 있다.
『이슬람은 여자의 순결을 가장 중시하지요.』첫날밤 신부의 순결을 확인할 막중한 임무를 띤 여자쪽 친척 구잘 아크바로바(67)할머니의 말이다.이미 그녀 주변에는 북과 수르나이라 부르는긴 銅나팔을 어깨에 멘 악대가 포진하고 있다.오늘 저녁 흰수건을 추켜든 할머니의 사인이 떨어지자 악대는 북과 나팔로 무사통과 신호를 온 마을에 알린다.그리고 딸이 곧바로 친정으로 쫓겨가는 불상사를 면한 신부의 부모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는 것이다.
『낙태율 세계 신기록,이혼율 세계 2위.이게 서양문명이란 건가요.』아델라 여성신학교 교장 마블류다 굴랴모바(42)의 러시아문명 비판은 신랄하다.옛 소련시절 오염된 여성윤리를 회복하기위해 2년전 세워진 아델라 신학교(우즈베키스탄의 종 교도시 부하라 소재)에는 16세부터 19세에 이르는 1백20명의 소녀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코란을 읽고 있다.
『코란은 천국이 어머니들의 발밑에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결혼하여 임신한 배가 부끄럽지 않은 기색인 이 학교 학생 라노 율다셰바(18)는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여성단체 회장이기도 하다.『여성의 자리는 가정이고 어머니입니다.서구의 여성 해방론자들은 스스로 여성이기를 포기했습니다.그들이 페미니스트라면 우리는 우머니스트입니다』.여성운동은 이미 남녀간 싸움에서 다른 문명과 인생관을 사는 여성들간 전쟁으로 확산돼가고 있다.
여성에 관한 한 이슬람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종교다.한지붕 세가족,한남편에 세 아내.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이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다.여인의 章이라 불리는 코란의 4章 니사아篇에는 『누군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다면 두명,세 명,네명의 여자와 결혼해도 좋다』라는 구절이 있다.그러나 이어『만일 공평하지 못하다고 스스로 판단되거든 한명으로 족하라』는 단서가 붙는다.33章 아흐자부篇에서『그대 아내와 딸들의 몸을 외투로 감추어라』고 예언자 모하메드는 가르치고 있다.그러나 차도르를 씌우는데도 『그래야 그녀들이 괴로움을 받지 않는다』라는 남성들의 공격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려는 배려가 담겨 있다.
『이슬람은 여성을 위한 종교입니다.』 마블류다 교장의 지적대로 코란은 타 종교에 없는 여성에 관한 부분이 많다.이슬람에는여성이 아담의 갈비뼈로 만든 남자의 부산물이란 언급도 없고,금단의 열매를 따먹도록 아담을 유혹한 교활한 존재로 묘사돼 있지도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의 여성들이 서구여성들보다 삶의 조건이 명백히 나쁜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취업은 同等,삶은 격리 최근 이슬람 교육의 본산 이집트의 알아즈하르 신학대학은 중동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는 불법여성할례를 정당화하고 나섰다.9세 정도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할례는 여자에게서 성적 쾌락을 거세시켜 여성의 정신적■결을 보호한다는 이슬람주의자들의 「거룩한」취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이슬람만큼 여성의 순결에 매달리는 종교도 흔치 않다.순결을 보호하기 위해 차도르를 씌우고 순결을 보호하기 위해 남자와 격리시킨다.일부 이슬람국가들에서 여성의 교육과 취업이 남성과 동 등화되고 있다해도 이들의 삶은 격리 투성이다.
19세기 터키 시인 나므크 케말은 오스만제국의 여성들을『보호벽 속에서 시들어가는 꽃』이라 통탄했다.눈부신 야간 조명속에서남자 파트너를 향해 공을 내리치는 테니스 코트의 여성은 그 넓은 중앙아시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밖으 로 나와라.
춤을 추어라.
남자를 끌어 안아라.』 터키 국부(國父)였던 여성해방론자 케말 아타튀르크의 말이 새롭다.
[부하라(우즈베키스탄)=崔聖愛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