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財界 對정치권 목청 높였다-能力없으면 중의원 解散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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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3년 6월의 자민당 단독정권 붕괴이후 최근까지 정치권력에 대해 눈치보기 내지는 흐름파악에 주력해 왔던 일본의 재계단체들이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본정계가 2년이상 엎치락뒤치락하는 동안 재계는 나가노 다케시(永野 健)前일본경영자단체연맹(日經連)회장등 몇몇 강골(强骨)을 제외하고는 정치권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피력을 자제해 왔다.그러나 22일 일정이 모두 끝난 재계 4단체의 연례 여름세미나를 계기로 현 정치권,특히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총리의연립정권에 대한 재계의 불만이 터진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중론은『강력한 경제정책을 실행할 정권이 필요하다』는 요구였다. 단체별로 가진 자체 세미나에서 가장 강도높게 정권을 비판한곳은 경제동우회와 도쿄(東京)상공회의소.두 단체는 세미나후『역동적인 정책을 펼 능력이 없다면 즉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라』고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영향력 이 제일 큰경제단체연합회(經團連)도 회원사들의 공감대는 역시 중의원 해산론이었으나『너무 혹독하게 다그치지 말자』는 신중론 때문에 명시적인 의회해산 요구는 자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日經連만은 이번 여름세미나에서『무라야마 총리의 어려운입장도 이해된다』는 유화적인 자세를 보여 다른 단체와 대조를 이뤘다.日經連의 이같은 태도는 노사분규 해결을 주목적으로 설립된 이 단체가 최근 노사간 협조주의의 정착으로 존재의의가 퇴색하고 있는데다 나가노 회장의 후임인 네모토 지로(根本二郎)신임회장과 무라야마 총리가 개인적 친분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무라야마 총리는 日經連의 세미나에 이례적으로 참석해정부에 대한 이해를 호소한 바 있 다.
일본재계의 커진 목소리에 대해서는 자체비판도 만만치 않다.소니社의 오가 노리오(大賀典雄)회장은 재계의 정치권 성토에 대해『겁먹은 개가 멀리서만 짖어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잦은 정계변동과 정치자금관련법의 시행으로 일본재계는 돈줄과 자기인맥을 통해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길이 제한된 상태다.이때문에 경제단체별로 정치권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모색되고 있다.경제동우회의 경우 앞으로 자민당.신진당의 간부들과 두달에 한번꼴로 간담회를 갖기로 결정했다.같은 보수정당이면서도 여야로 갈려 있는 두 당의 정책에 어떤차이점이 있는지를 가려 지지여부에 참고할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일본재계는 정치권이 아직 과도기에서 헤매고 있는 이상 관계정립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東京=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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