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피해자 중 수십만명 옥션에 집단 손배소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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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터넷 경매 사이트로 유명한 옥션의 해킹 사고로 피해를 본 네티즌들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어 소송 규모도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회원 수가 1081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자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인터넷 카페로 몰려들고 있다. 네이버의 ‘명의도용 피해자모임 카페(http://cafe.naver.com/savename)’에는 이날까지 20만 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다. 다음의 ‘옥션 정보유출 소송모임(http://cafe.daum.net/auctionlawsuit)’도 회원 수가 18만 명을 넘었다. 이날 다음 카페에는 46만 명이나 방문했다.

네이버 ‘명의도용 피해자모임’의 운영자 ‘화양연화’는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된 옥션 회원을 모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것”이라며 “인지대와 송달료·증거조사비용 등 소송에 드는 실비 1만원을 입금하는 네티즌들이 1인당 100만원씩의 피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상선’의 김현성 변호사는 “이틀 만에 1만5000명 가까운 네티즌이 몰렸다”고 말했다.

다음의 ‘옥션 정보 유출 소송모임’은 이미 1차로 2078명의 네티즌을 모집해 1인당 200만원씩 총 4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을 담당하는 법률사무소 ‘넥스트로’의 박진식 변호사는 현재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집단소송을 낸 네티즌이 1인당 20만~50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온라인게임 리니지 이용자의 아이디(ID)와 비밀번호가 유출됐을 때 법원은 엔씨소프트 측에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11월 국민은행의 고객 정보 유출사건에서도 법원은 1인당 2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옥션 측은 “경찰 조사 결과 유출이 확인된 회원 중 90% 이상은 이름과 ID,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일반 개인정보만 유출된 경우”라며 “패스워드나 신용카드 정보 같은 금융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네티즌들의 불안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날 옥션 사이트는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네티즌들로 하루 종일 북적댔다.  

한편 중국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옥션과 무관한 제3의 기업이 보유한 서버로 옥션 회원의 개인정보 자료가 넘어간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달 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서버와 통신장비의 운영·관리를 대행하는 곳)에서 하드디스크를 압수해 분석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데이터베이스는 일반 파일과 데이터 구조가 달라 복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아직도 데이터를 완전히 복구한 것이 아니어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혜리·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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