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망치는 배임과 달라 불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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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준웅 특검은 17일 “전 국민적인 관심사항인 데다 수사량도 방대했으나 수사를 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조 특검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 후 가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자기를 위해 회사를 완전히 망치는 배임과는 좀 다른 데다 대기업 회장과 핵심 임원을 다 구속하면 경제에 타격이 너무 크지 않으냐”며 이건희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은 조 특검과의 일문일답.

-법과 현실의 괴리가 있어 불구속 기소했다는 게 무슨 뜻인가.

“차명계좌를 운영하는 것이 우리 경제 사정과 거래 관행상 극소수의 몇 사람만 하는 걸로는 볼 수 없지 않으냐는 뜻이다. 또 대주주가 주식을 몇% 이상 보유할 수 없고 경영권을 방어도 해야 되니까 차명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 괴리가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을 본인이 지시했다고 인정했나.

“본인은 ‘지시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관계자들 진술과 평소 업무처리 방식을 종합해 보면 이 회장의 묵시적인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CB 인수 결과를 보고받고 아무 말이 없었다면 이게 승인한 게 아닌가.”

-삼성에버랜드 계열사 주주들은 왜 불기소했나.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에버랜드 CB를 포기해서 자기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고발됐다. 그러나 CB 발행에 공모했다는 혐의가 없고 공소시효(10년)도 지나 기소 대상이 안 된다.”

-1998년 실명으로 전환하면 세금 혜택 주는 기간이 있었는데 왜 계속 차명 보유했나.

“이 회장이 그때 실명 전환을 검토해 보라고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개된 재산보다 차명 재산이 너무 많아 사회적으로 거부 반응이 일어날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 자칫하면 상속세 문제도 생길 수 있어 미적거리다가 시간을 넘겨 버렸다고 진술했다.”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사람들 계좌 추적이나 압수수색한 게 있나.

김용철 변호사에게 로비 대상자에 대한 진술을 해달라 했는데 안 해줬다. 우리는 구체적인 단서가 없으면 수사할 수 없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 전수조사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더라. 계좌를 전부 추적하다 보면 언젠가는 결국 꼬리가 잡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돈이 좀 많다. 나쁜 짓 해서 번 것 같다. 그러니 조사해 봐라는 식으로 수사를 할 수는 없다.”

-수사 결과에 만족하나. 특검 무용론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특검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인적 문제에 대해 국회가 특검을 지정, 수사해 처벌하라는 건 문제가 있다. 어느 정도 (수사 대상을) 제한하거나 기준을 마련해 특검을 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마련하는 게 옳지 않나.”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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