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역사의 和音 두개의 바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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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두가지다.광복 이후 5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를 움직여준 힘은 효용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축적에의 욕구였다.대개 물질적인 성격을 지닌 이 힘이 실제로 자본주의 내지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다.그로 인해 우리는 많 은 것을 얻었다. 그러나 내일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 일을 돌이키면 우리에게 필요한 또 하나의 힘,홉스와 헤겔이 말하는 「인정과 존중의욕망」을 어느 누구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이 욕구는 내가 하면 자화자찬(自畵自讚)이나 오만이 되므로 속성상 남이 해주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타존재의 인정에 인색했고 존중과 존경의 염(念)을 접어두고 살아왔다.지도자는 자신의 역할에 도취돼 자신을 앞세울 줄은 알아도 남을 앞세울 줄 몰랐다.도대체 협연자의 존재가 정치세계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제 앞으로 50년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나를 지키기 보다 남을 앞세워 한 쪽 바퀴로만 돌던 파행의 역사가 두 바퀴로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정당을 지키는 사람들이나 정당을 만드는 사람들은 특히 더 이변화의 원리를 체득해 온 국민에게 화음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할것이다. 〈서울大교수.現 美노스웨스턴大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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