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바다 메워 생긴 땅 구청끼리 “우리 것”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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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천 앞바다에 새로 생기는 바다 매립지를 놓고 인천 기초자치단체들이 관할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편입 활동을 전담하는 TF팀을 만드는가 하면 인력·예산을 써가며 경쟁적으로 주민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문제의 땅은 인천남항 공사 때 파낸 흙으로 바다를 메우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제3 준설토 투기장. 총 263만㎡의 이 땅을 인접한 인천 중·남·연수구가 서로 자신의 행정구역에 두겠다고 다투고 있는 것. 2011년 완공되는 이 땅에는 내년부터 인천남항의 배후 물류기지인 아암물류 2단지가 단계적으로 조성된다. 사업 시행자인 국토해양부 소유이지만 완공 후 인천항만공사에 무상 출자될 예정이다.

중·남·연수구는 이 땅이 편입될 경우 세수 증가 및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총력전을 펴고 있다. 중구와 남구는 올 들어 TF팀까지 발족해 편입의 당위성에 대한 이론 개발, 대외 홍보 활동 등을 총괄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2002년 완공된 아암물류 1단지가 중구로 편입된 만큼 인접한 2단지도 물류 효율성을 위해 같은 구에 소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구는 최근 관내 곳곳에 제3 준설토 투기장의 중구 편입을 주장하는 현수막 50여 개를 내건 데 이어 동영상 DVD와 전단지 5만 부를 배포하고 있다.

남구와 연수구는 “2단지까지 중구로 갈 경우 주민궐기대회와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남구는 지난해 말 공무원들이 나서 ‘남구 편입’ 주민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연수구의회는 3월 임시회에서 ‘연수구 편입’ 결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윤석(41·인천 남동구)씨는 “주민들 생활과는 무관한 관련 공무원들의 밥그릇 다툼 아니냐”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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