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외투자 왜 제동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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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대기업의 해외투자에 일정액의 자기자금 조달 비율을 설정함으로써 대규모 해외투자에 제동을 거는 것은 세계화라는 국정지표와 어긋나는 처사다.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가는 우리의 반도체.가전(家電).자동차산업등은 경쟁국가의 견제가 노골화되기 전에 생산거점의 일부를 해외에 이전시켜 놓아야 한다.정부도 그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그렇다면 지금 기업에 요구하고 있는 해외투자 허가에 따르는 이른바 비공식 가이드라인은 철폐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주력산업의 해외 이전은 국내 산업의 공동화(空洞化)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또 투자재원을 금융이나 해외기채(起債)등에만 의존하면 외채 누적등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우려에도 일리는 있으나 좀더 적극적인 발상 아래 이 문제를 풀기 바란다.지금 거론되고 있는 해외투자가 모두 성공해도 해당 산업의 10%미만밖에 안된다는 분석이 있다.이 규모로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염려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
또 생산거점의 국내 유지를 고집하다 경쟁력을 잃고 외국의 수입규제에 걸리면 그때는 더 막막하다.차라리 부분적인 공동화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일찍이 해외기지를 개척해 두는 것이 훨씬 좋다. 국제적 명성을 쌓은 기업이 자기신용으로 이자가 싼 해외자금을 쓴다면 외채 누적의 염려는 일단 접어두는 것이 좋다.자기자금을 얼마나 동원하느냐의 여부는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정할일이다.무한(無限) 국제경제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기업은 시급히 대형화돼야 한다.대형화를 위해 유리한 조건의 외화자금을먼저 쓰느냐 또는 내부 축적재원을 먼저 쓰느냐의 문제는 기업이그 유.불리(有.不利)를 더 잘 안다.
거기다 우리 생산기지가 현지화(現地化)에 성공하면 反덤핑등의무역마찰을 피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우리보다 한발 앞선 기술을 습득할 수도 있다.해외투자를 닫혀진 시각으로 보지 말고 열린 시각으로 봐야 한다.일부의 해석처럼 기업 길 들이기 운운에서 나온 정책이라면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단 한가지,70~80년대에 왕성하게 해외로 나간 재팬 머니가 지금 부분적으로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가는 우리 기업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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