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고려 국보展-9월10일까지 호암갤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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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네 미의식의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일까.지금까지 우리의 아름다움은 상식적으로 「단순.소박」「정갈.순수」등으로 정의됐었다.그러나 이것만이 한국미의 전형은 아니다.「백의 민족」이라 불리며 청초하고 고요한 것을 선호했던 우리네 미의식 은 조선시대에는 합당하게 적용될지 모르지만 그 이전 시기에는 알맞은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
이는 지난 15일부터 오는 9월10일까지 서울 호암갤러리(02(751)9995)에서 58일동안 계속되는 「대고려국보전(大高麗國寶展)-위대한 문화유산을 찾아서(1)」에 출품된 2백66점 가운데 하나라도 주의깊게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창간 30주년을 맞은 中央日報社가 호암미술관과 함께 국내외에 흩어진 고려시대의 명품을 한자리에 모아 국내 최초,최대규모로 고려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이 전시는 우리에게도 이토록 화려하고 세련된 문화전통이 있었던가 하는 물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또한 학교나 여러 기회를 통해 공부했던 고려시대에 대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반성하게 한다.한마디로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은듯한 분위기다.
일례로 「청자비룡형주자(靑瓷飛龍形注子)」를 보자.청자는 잘 알려진대로 한국문화의 독창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재.반면 지금까지 청자는 맑고 푸른 유약의 비색(翡色)과 여인의 허리보다도 날렵하고 미끈하게 빠진 선(線)의 흐름등으로 예찬됐었다.
하지만 청자에 동.서양 어느 조각에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조형미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청자비룡형주자」에는 이처럼 고려도공의 시공을 초월한 공예솜씨가 흠뻑담겨 있다.물위를 박차 오르는 어룡(魚龍)을 형 상화한 이 주전자는 꼬리 지느러미 부분을 뚜껑으로 삼고,어룡의 머리를 주구(注口)로 만든 후에 연꽃 봉오리와 줄기를 꼬아 손잡이로 만들었다.또 바닥은 이중 연꽃무늬로 장식했다.특히 이 작품은 입을벌리고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듯 포효하는 어룡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이와함께 지느러미는 백토(白土)로,눈은 흑토(黑土)로 마치 점을 찍듯 새겨넣어 생기를 더해준다.
이같이 고려미술은 단순 소박함이 아닌 극도의 섬세하고 치밀한손놀림을 생명으로 한다.함께 선보이는 세계최고 수준의 나전칠기,은입사(銀入絲)기법의 금속공예,상감청자.불화등에도 이런 정신은 면면히 흐르고 있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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