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칼럼>도전으로 일군 "노모 신드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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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금 일본열도는 「노모열기」로 들떠있다.국민의 사기를 진작,이것을 의도적으로 집약하려는 움직임과 노모 신드롬은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져 상승효과를 누리고 있다.워싱턴 포스트紙가 지적한대로 경기침체,효고(兵庫)縣 남부지진,오움진 리교사건,각종 테러등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돌출한 노모의 활약은 올들어 가장 신선한 뉴스였다.사실 노모 히데오가 지난 12일 미국 프로야구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1,2회 무실점,탈삼진 셋으로 임무를 끝냈을 때 NHK의 시청률은 34.
5%라는 놀라운 것이었다.평상시 7월의 오전10시대 시청률은3%로 기록되어 있다.
26세의 젊은이가 단신으로 미국 프로야구에 뛰어들어 스트레이트와 절묘한 포크볼로 메이저리그의 기라성같은 타자들을 번롱,현재 8승,1백29개의 탈삼진을 기록했고 신인으로서 올스타전의 선발투수로 뽑혔다는 사실은 대리그를 한차원 높은 것으로 치부해온 일본엔 기적같은 해프닝이 아닐수 없다.더구나 투수로서의 최고영예인 「사이영상」가능성까지 비치고 있는만큼 이른바 대리그의성가가 무색해지는 듯한 인상이다.
물론 노모는 일본 프로야구 긴테쓰의 에이스였고,따라서 경제대국인 일본에서 얼마든지 부와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그러나 그는 젊은이다운 기백과 도전으로 일본 특유의 관리야구와 그 과보호의 우산으로부터 탈출했다.결국 그의 놀라운성공은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일본 구계에 대한 의미있는 투석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찌됐든 한 젊은이의 일거수 일투족에 일본 국민이 일희일비하는 그 엄청난 감정의 연계는 스포츠의 마성(魔性)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야구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절묘한 동거가 엮어내는 매력으로사람들을 사로잡는다.이 집단과 개인의 조건반사적 플레이 전개가야구를 사색(思索)의 운동,지식인 취향의 것으로 인식시켜 뿌리를 내린 곳이 일본이다.일본의 야구열은 그래서 대단하다.일본정부가 노모열기를 재빨리 포착,국민정서 합일의 매체로 활용한 것은 현명한 조치였다.스포츠와 정치의 함수관계는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이다.
노모열기를 타산지석으로 해 우리 프로야구도 이제 세계로 눈을돌려야 할 때다.선동열(宣銅烈)과 같은 대어를 방생(放生)하지못하는 제도의 모순,협량과 아집이 무엇을 남겼는가를 짚어볼 때다.1백55㎞의 빠른 공과 특유의 슬라이더,국 내 타이틀의 독점등 실적과 관록으로 미루어보아 노모 못지않은 자질을 그는 갖고 있지 않은가.능력있는 사람에겐 그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또 그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전해 쟁취하는 것이라는 것을 노모신 드롬은 가르치고 있다.
D J 부어스틴은 『환영(幻影)의 시대』라는 저서에서 「영웅은 큰 인물이고 유명인은 커다란 이름이다」고 정의했다.아사히신문이 노모를 미국영웅의 한 전형으로 꼽으면서 실력 하나로 여러곤란에 도전하는 조용한 사나이라고 한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언론인.KOC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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